“좋아해도 돼?” 어려서부터 감정이 다소 무뎠다. 그런 그녀에게 사람들은 공감 능력이 없다고 했다. 다소 무딘 거지 아예 없는 게 아닌데. “당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거 알아. 기다릴게. 친구 동생이 아니라 여자로 봐줄 때까지.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그녀의 고백을 받은 그는 괴로운 듯 인상을 쓰며 이 지경이 되도록 방관한 하늘을 원망했다. “늦둥아.” “…….” “오빠는, 네 연애 대상이 아니야.” 그는 대상을 잘못 골라도 단단히 잘못 고른 그녀를 이성적으로 타일렀다. “학교에 총각 선생님 안 계셔?” “계셔.” “다행이네. 우리 늦둥이는 그 총각 선생님을 좋아하자. 그게 백배 천배 나아.” 명백한 거절이었다. 그녀를 위한, 묘하게 나쁜 거절. “그 선생님은…….” 극강 동안 미모의 체육선생님을 떠올린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거리고 다음 말을 내놓았다. “나 말고도 좋아하는 애들 많아.” 누군가 말하길……. 뭐든 삼세번이라고 했다. 삼세번은 거절을 거절하며 재도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랑해, 강서도 오빠.” 치열하고, 뜨겁고, 야하고, 혼을 쏙 빼놓는, 사랑을 위한 ‘나쁜 짓’이 이제 곧 시작된다.
2023년 11월 17일
1주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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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으로 유혹에 빠진, 그. 대가가 이렇게 혹독할 줄 몰랐다. 날은 덥고, 습도는 높고, 기분은 엿 같았다. 한차례 소나기라도 쏟아지면 좋으련만, 하늘은 마냥 붉기만 했다. 텅! 갑자기 묵직한 물체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흰색 텀블러가 데구루루 바닥을 굴렀다. “망했다.” 작게 중얼거린 여자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사각지대에서 걸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상무님.” “…….” 붉은 노을 아래 선 여자를 본 그는 가뜩이나 불편한 속이 더 불편해진 것처럼 인상을 구겼다. ‘이은담.’ 왜 하필 너야. 하필이면 왜. 갑갑하게 목을 조이는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서늘한 어조로 뇌까렸다. “더럽게 덥네, 오늘.”+
[소개글] “원나잇할래?” 물 마시듯 강소주를 마셔대더니 결국 정신이 뇌를 탈출한 듯했다. 그렇지 않고선 저런 말을 저리도 서슴없이 그에게 할 수 없었다. “우리가.” “…….” “이따위 장난말을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을 사이인가.” 햇수로 11년을 알아온 동안 그와 그녀는 줄곧 불편한 사이였다. “오늘은 그냥…… 미친 척 멋대로 해보고 싶어서.” 그녀, 민설주. 그녀는 그의 냉소적인 반응을 예상하며 하룻밤을 제안했다. 사랑해. 전하지 못할 그 말을 가슴에 품고, 한 번만, 몇 시간만, 널 가질게. 그리고. 다시는 원하지 않을게. “내키지 않으면 거절해도 돼.” 미약한 기대에 마음을 의지하며 평소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그녀에게 그가 무정하도록 무심히 대답했다. “나쁠 거 없지, 나야.” 그는, 한 마리 굶주린 짐승이었다. 그런 그가 눈앞으로 던져진 먹잇감을 아깝게 놓치는 미련한 바보짓을 할 리 절대 없었다.
“결혼하면 바로 아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소심하게 읊조린 그녀의 말을 들은 그가 의심스러운 듯 서늘히 한쪽 눈썹을 휘어 올리고 입을 열었다. “아이 좋아하지 않아.” 뜻이 맞지 않는 게 은근히 성가신 것처럼 그의 눈빛이 염세적이었다. “아이는 욕망덩어리야. 원하는 걸 얻을 때까지 악을 쓰고 울어대는 게 일이지. 어릴수록 정도가 심하고. 절제하고 통제하는 훈련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명망 높은 유성 그룹 차기 총수, 이태신. 그는 결혼한 후에도 뜻이 바뀌지 않았다. 경고를 망각한, 아내의 친구라는 어린놈이 겁 없이 선을 넘으며 그의 사나운 본성을 건드리기 전까지는. “정은수.” “……네.” “아이 갖길 원하지?” 감정이 절제된 저음으로 물은 그는 단추가 풀린 셔츠를 벗어던지고 손을 뻗었다. 아내의 허리를 당겨 침대에 쓰러뜨리며 훗날 간절히 애원해도 소용없다는 눈빛으로 내려다봤다. “아이 갖게 되면, 이혼은 꿈도 꾸지 마.”
사람답게 살고 싶으니까. 통제하고, 제어하고, 절제한다. 그는. 소시오패스다. 여름 장마철. 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게 갠 다음 날 아침, 한 여자아이가 눈앞에 나타났다. 새장에 갇힌 새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게 될, 여자아이. “고담희.” 어떻게 할까. “새장에서 널 꺼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인데.” 그는 자유를 갈망하는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독선적이고 강압적으로 그녀를 종용한다. #소유집착남 #할말하는소심녀. #동정남녀 #고수위. [미리보기] “먹어.” 아무렇지 않게 이르는 허스키한 저음을 듣고 담희가 눈을 떴다. “…….” 담희는 눈물에 젖은 눈으로 태인을 올려다보며 멀거니 앉아 있다가 턱에서 그의 손을 밀어냈다. 즉시 고개를 숙이고 나란히 모은 저의 두 손에 정액을 뱉었다. “먹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잠긴 목소리로 읊조린 담희는 고개를 들며 언짢은 듯 눈살을 좁힌 태인에게 말을 부연했다. “맛이 비려요. 먹으면 배 아플지도…….” “고담희.” 말을 끊은 태인은 담희의 턱을 잡아 쥐고 몸을 낮췄다. 눈높이가 비스듬히 높게 담희의 앞으로 앉으며 긴장감이 감도는 눈동자를 마주 봤다. “실수할 수 있지.” 낮은 음성으로 부드럽게 말하지만 담희의 눈동자를 주시한 눈빛은 벼린 서슬처럼 예리하고 섬뜩했다. “한 번은 이해해줄게.” 눈빛이 변함없는 상태에서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미소를 머금었다. “한 번뿐이야.” 여전히 부드러운 어조로 명심시키듯 말하고 담희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다정하게 눈물을 닦아주며 얼굴에 붙은 머리칼을 귀 뒤로 쓸어 넘겼다. “담희야.” 낮게 이름을 부르고 담희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움찔 숨을 삼킨 담희와 얼굴을 가까이 마주하며 너그럽게 타이르는 것처럼 말했다. “반항하지 마. 날 화나게 해서 좋을 거 없잖아.” “…….” “그렇지?”
“난, 양보란 걸 모르고 살아온 놈이야.” 그런데 거칠 것 없는 그의 인생에 누군가 자꾸 브레이크를 걸었다. 족쇄처럼 발목을 얽어매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답답증을 유발했다. “그게 너야. 윤효원.” 성마르게 깊어 가는 봄밤, 그는 그녀를 안았다. 뜨거운 욕망이 맹렬한 기세로 혈관을 타고 흐르며 삽시간 이성을 녹였다. 이성이 녹아내린 자리에 남은 건 정염뿐. 한 마리 불나방처럼 그의 품으로 뛰어든 어린 여자를 집어삼키려는 이기적이고 더러운 욕심이 무섭게 난무한다.
비탈진 달동네에서 함께 자란 친구. 그와 그녀는 열여덟에 이별하고 스물아홉에 재회한다. 재회는 형편없었다. 아니, 그녀만 지독하게 형편없었다. “불쌍하다며 동정해 주길 바라. 제발…… 도와줘.” “돈이 무섭긴 무섭구나. 가진 건 자존심밖에 없는 계집애가 삼류 양아치새끼한테 동정을 다 바라고.” 수백억의 자산가가 된 그는 사정이 절박한 그녀를 냉혹하게 조롱했다. 그런 그에게 그녀는 마지막 주사위를 던지듯 절실하게 말했다. “한아……, 네가 날 사 줘.”
흥미, 11살의 널 보며 흥미를 느꼈고. 욕망, 고등학생이 된 널 보며 욕망에 빠졌고. 욕정, 성인이 된 널 보며 욕정에 사로잡혔다. 나의 모든 기관과 감각은 오직 너만을 욕망한다. 너에게만 욕정을 품는다. 그러나, “사랑 따윈 관심 없어. 앞으로도 없을 거야.” 그저, 널 갖고 싶다. 널 갖고 가져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아 미칠 것 같다. 널 온전히 집어삼켜야 이 따위 거지같은 갈증이 사라질 것인지. “다른 새끼한테 양보할 마음 없어. 넌 내 여자야.” 죽는 날까지. 죽어서조차. [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비탈진 달동네에서 함께 자란 친구. 그와 그녀는 열여덟에 이별하고 스물아홉에 재회한다. 재회는 형편없었다. 아니, 그녀만 지독하게 형편없었다. “불쌍하다며 동정해 주길 바라. 제발…… 도와줘.” “돈이 무섭긴 무섭구나. 가진 건 자존심밖에 없는 계집애가 삼류 양아치새끼한테 동정을 다 바라고.” 수백억의 자산가가 된 그는 사정이 절박한 그녀를 냉혹하게 조롱했다. 그런 그에게 그녀는 마지막 주사위를 던지듯 절실하게 말했다. “한아……, 네가 날 사 줘.” [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난, 양보란 걸 모르고 살아온 놈이야.” 그런데 거칠 것 없는 그의 인생에 누군가 자꾸 브레이크를 걸었다. 족쇄처럼 발목을 얽어매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답답증을 유발했다. “그게 너야. 윤효원.” 성마르게 깊어 가는 봄밤, 그는 그녀를 안았다. 뜨거운 욕망이 맹렬한 기세로 혈관을 타고 흐르며 삽시간 이성을 녹였다. 이성이 녹아내린 자리에 남은 건 정염뿐. 한 마리 불나방처럼 그의 품으로 뛰어든 어린 여자를 집어삼키려는 이기적이고 더러운 욕심이 무섭게 난무한다. [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조건은.” 한주 그룹 총수 강승재. 그가 맞선 자리에서 말했다. “부부의 정을 기대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거야.” 앉은 자리에 풀도 안 날 것처럼 냉정한 그에게 그녀가 물었다. “이혼 전제로 결혼하길 원하는 건가요?” “가능하면.” “……네.” 조용히 대꾸한 그녀는 식탁에 놓인 찻잔으로 시선을 내리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 게 좋을지 고민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며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게 좋을지, 이혼 전제로 결혼할 수 없다며 속상한 척 연기하는 게 좋을지. “가능하면.” 찻잔에서 시선을 들고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 그의 눈동자를 말끄러미 건너다봤다. “저도 그러고 싶어요.”
열여섯 살. 견고한 줄 알았던 세상이 변했다. 쩍쩍 금이 가고 파삭 부서지는 연약한 유리처럼 볼품없이 부서졌다. 그리고, 11년 후. 불현듯 그가 찾아왔다. 어릴 적 그녀의 우상이었던, 가성 그룹 부회장 현이건. 웃지 않는 얼굴. 감정 없는 목소리. 지그시 내려다보는 눈. 넓고 단단한 어깨. 맹목적인 우상 숭배에 콩고물 같은 작은 보상조차 해준 적 없는 예전 그 모습 그대로……. “승계 문제로 결혼이 시급해졌어. 하루라도 빨리 배우자를 찾아야 돼.” “설마…… 저랑 결혼 얘기하자는…….” 미심쩍게 중얼거린 그녀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그를 보며 진심으로 걱정했다. ‘이 남자 너무 일만 하다가 결국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 [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정 비서.” MK 그룹 전략기획2팀 대표, 이신현 부사장. 집무실에 선 그가 오늘 오전 비서실로 발령 받은 그녀를 바라보고 점잖게 말을 꺼냈다. “내가.” “…….” “가장 혐오하는 짓이 뭔지 알아?” “죄송하지만 모르겠습니다. 알려주시면 신경 써서 조심하도록…….” “비서하고 놀아나는 짓.” “……!”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그녀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급히 고개를 숙였다. 당황한 눈빛으로 발치를 내려다보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녀의 귀에 예사롭게 말을 뱉는 음성이 들려왔다. “유감이야.” “…….” 이 순간 그는 진심이었다. 어린 여비서의 유혹에 넘어가 공들여 쌓아 올린 명예를 한순간 무너뜨리는 천하의 바보짓을 할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었다.
사람답게 살고 싶으니까. 통제하고, 제어하고, 절제한다. 그는. 소시오패스다. 여름 장마철. 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게 갠 다음 날 아침, 한 여자아이가 눈앞에 나타났다. 새장에 갇힌 새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게 될, 여자아이. “고담희.” 어떻게 할까. “새장에서 널 꺼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인데.” 그는 자유를 갈망하는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독선적이고 강압적으로 그녀를 종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