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는 심부름을 다녀오다가 접촉 사고를 내고 만다. 교통경찰에게 쌍둥이 언니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했는데, 접촉 사고 상대가 언니를 만나러 오던 신화 엔터테인먼트의 고이한 대표였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고이한에게도 언니인 척하게 되는데….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2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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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한가은. 10년 동안 재개발에 묶여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서울의 한 귀퉁이. 똬리를 튼 뱀처럼 구불구불한 언덕길 끄트머리 어디쯤 그녀가 나고 자란 ‘집’이라는 게 있다. 겨울엔 칼바람에 몸을 뜯기고, 여름엔 이른 아침부터 불덩어리 태양을 맞닥뜨려야 하는 곳. 늘 연탄가스가 먹구름처럼 맴돌고 엄마 아빠의 독기 어린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쟁쟁거리는 곳. 하늘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천국보다 지옥에 가까운 그곳을 매일 고행을 자처하는 수도자처럼 오르내렸다. 해마다 돌아오는 크리스마스.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였던 산타는 죽지도 않고 또 왔다. 빌어먹게 오래 사는 그 할아버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원을 빌었던 적이 있었다. ‘학교 안 가게 해 주세요…… 부자 되게 해 주세요…… 빨리 죽게 해 주세요…….’ 그, 김현우. “……못된 계집애.” 부족함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최고의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명석했을 뿐 아니라 깔끔하고 올곧은 성격에 도덕적인 가치 기준도 높았다. 계획대로 차근차근 일궈 가는 삶은 성공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처럼 분명했다. 끊임없이 노력과 절제를 필요로 했지만, 자부심과 긍지라는 대가는 그런 것들을 기꺼이 감내할 만큼 달콤했다. 그런데 동생의 여자 친구와 맞닥뜨리며 슬며시 찾아온 비밀한 감정. 한가은에겐 처음부터 이성이나 윤리 따윈 적용되지 않았다. 완벽했던 삶은 뒤죽박죽이 되고 최악까지 내몰린 지금은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얄팍한 수를 꾀하며 곁눈질하고 가슴 졸이는 중이다. 자신에게 있는지조차 몰랐던 추하고 더러운 것들의 본능 밑바닥까지 긁고 들쑤시고 휘젓는 그녀가 정말…… 밉다.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외할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효주. 연애도 결혼도 싫어 독신을 선언한 그녀에게 부동산 재벌 외할아버지는 아이를 낳으면 50억을 증여해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혼자 살며 아이를 입양해 키우려던 효주는 계획을 바꿔 아이를 직접 낳을까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본 작품은 19세 관람가 작품을 15세이용등급에 맞게 클린버전으로 수정한 작품입니다. “죽을 만큼 사랑했었다는 말 따윈 집어치워요.” 차갑게 일축한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겨우 스무 살에 천년의 사랑 같은 거 했을 리 없잖아. 어설픈 불장난이지. 불장난 한 번 잘못했다가 호되게 화상을 입어 아직 아픈 거겠지.” “함부로 넘겨짚지 말아요.” 담영이 제법 매서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지금 처지가 더 비참해질까 봐 사랑했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거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요. 자신의 행동에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믿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씁쓸한 얼굴이 언덕 너머로 보이는 비윤재에 잠시 머물렀다가 그녀에게 돌아왔다.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젓는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에 사람들은 신이 나 쑥덕거리다가 그녀를 그렇고 그런 여자로 단정 지어 버리곤 했다. “비윤재에만 들어가면 귀와 입을 닫아 버리고, 밥 대신 사탕을 먹고, 타지도 못하는 차를 구입하고, 물티슈로 세차를 하고….” 담영은 까맣게 잊었던 사탕을 뺨에서 입 안쪽으로 돌렸다. 물티슈 뚜껑을 닫고 사용해 더러워진 물티슈를 주섬주섬 모아 쥐었다. “참… 재미있는 사람이네요, 은담영 씨.” 흥미롭게 관찰하는 남자의 시선에 그녀는 눈만 깜빡거렸다. “아니면 바보인가?” 흡, 어쩌면 세혁에게 소리가 들렸을지도 모를 만큼 숨이 거칠게 들이켜졌다. “이렇게까지 했으면 뺨이라도 갈겨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뺨을 올려붙이려던 찰나였는데 그가 먼저 말을 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고등학교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여자, 이런 곳에 4년 동안 가둬 놓고 아무것도 못 하게 하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싸우는 것보다는 피하는 쪽을 선택하며 살아온 그녀는 이번에도 쏘아붙이고 싶은 말들을 꾹 내리눌렀다. 그리고 눈물이 먼저 터질 것 같아 열지 못했던 입술만 조그맣게 달싹였다. “당신, 빨리 가 버렸으면 좋겠어.”
사립 고등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한 연서는 엄마의 병원비를 마련하고자 친구들의 대리 시험을 쳐 주게 된다. 3학년 교실에 불쑥 나타난 복학생 도윤과 짝이 되었지만 학년이 끝나도록 한쪽은 공부만 하고 한쪽은 잠만 잤다. 8년 후, 연서는 유학을 떠났던 도윤과 재회하게 되는데…. * “어떤 일을 해 주는 거야?” 도윤의 물음에 연서는 내용물이 보이지 않게 종이 백 입구를 말아 쥐었다. 일을 하고 받은 대가인데도 감추고 싶어졌다. “그냥… 잔심부름.” 본인이 하기엔 귀찮고 전문가에게 맡기기엔 사소한 일들. 고등학생일 때는 대리 시험을 쳐 주다가 졸업 후에도 잔심부름을 하며 동창들에게 빌붙어 사는 자신이 도윤의 눈엔 어떻게 비칠까. “전번 줘. 나도 맡길 일 있으면 연락할게.” 그도 같은 부류인데 자신을 어떻게 보든 무슨 상관이람. 귀찮고 더러운 일을 시키는 녀석이 하나 더 늘어난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 본 작품은 기존 종이책으로 출간된 내용에 새로운 외전을 더한 개정판입니다. ★ 직원이든 여자든 누구든 떠나겠다는 사람, 붙잡아 본 적 없다. 늘 너 아니어도 괜찮다 흔쾌히 보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잡으려 했다. 하나를 지시하면 셋을 해 오는 비서를 놓칠 순 없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 했고, 수단과 방법이 없으면 만들려고도 했다. 그녀의 의지를 비틀어 꺾고 무릎을 꿇려서라도 떠나지 못하게 잡아두려 했다. 말갛게 웃으며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행복하고 싶다고도 했다. 일방적인 지시에 토를 달지 않고 묵묵히 따르기만 하던 홍 비서가 처음으로 저가 원하는 것을 말했다. 차문후 인생 처음으로 욕심을 접었다. 지금까지 해 본 적 없고 앞으로도 없을 존중과 배려라는 걸 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생에 한 번쯤은 착한 일을 해도 괜찮으니까. 그 상대가 홍 비서이기에 기꺼이 그럴 수 있었다. 연필꽂이의 펜들조차 가지런히 정리해 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녀가 개차반 같은 자신의 더러운 성질과 욕을 감내한 시간들을 어떤 식으로든 보상받기 바랐다. 밤낮없이 두더지처럼 땅만 파헤치고 한 층 한 층 높아지는 빌딩을 보며 섹스의 오르가즘보다 더 짜릿한 흥분에 몸을 떠는 변태인 자신을 3년이나 꿋꿋이 견뎌낸 홍 비서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니까.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반듯한 성품의 다정한 남자와 결혼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기분이 왜 이렇게 엿 같은지.
★ 본 작품은 기존 종이책으로 출간된 내용에 새로운 외전을 더한 개정판입니다. ★ 직원이든 여자든 누구든 떠나겠다는 사람, 붙잡아 본 적 없다. 늘 너 아니어도 괜찮다 흔쾌히 보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잡으려 했다. 하나를 지시하면 셋을 해 오는 비서를 놓칠 순 없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 했고, 수단과 방법이 없으면 만들려고도 했다. 그녀의 의지를 비틀어 꺾고 무릎을 꿇려서라도 떠나지 못하게 잡아두려 했다. 말갛게 웃으며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행복하고 싶다고도 했다. 일방적인 지시에 토를 달지 않고 묵묵히 따르기만 하던 홍 비서가 처음으로 저가 원하는 것을 말했다. 차문후 인생 처음으로 욕심을 접었다. 지금까지 해 본 적 없고 앞으로도 없을 존중과 배려라는 걸 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생에 한 번쯤은 착한 일을 해도 괜찮으니까. 그 상대가 홍 비서이기에 기꺼이 그럴 수 있었다. 연필꽂이의 펜들조차 가지런히 정리해 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녀가 개차반 같은 자신의 더러운 성질과 욕을 감내한 시간들을 어떤 식으로든 보상받기 바랐다. 밤낮없이 두더지처럼 땅만 파헤치고 한 층 한 층 높아지는 빌딩을 보며 섹스의 오르가즘보다 더 짜릿한 흥분에 몸을 떠는 변태인 자신을 3년이나 꿋꿋이 견뎌낸 홍 비서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니까.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반듯한 성품의 다정한 남자와 결혼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기분이 왜 이렇게 엿 같은지.
그녀, 한가은. 10년 동안 재개발에 묶여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서울의 한 귀퉁이. 똬리를 튼 뱀처럼 구불구불한 언덕길 끄트머리 어디쯤 그녀가 나고 자란 ‘집’이라는 게 있다. 겨울엔 칼바람에 몸을 뜯기고, 여름엔 이른 아침부터 불덩어리 태양을 맞닥뜨려야 하는 곳. 늘 연탄가스가 먹구름처럼 맴돌고 엄마 아빠의 독기 어린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쟁쟁거리는 곳. 하늘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천국보다 지옥에 가까운 그곳을 매일 고행을 자처하는 수도자처럼 오르내렸다. 해마다 돌아오는 크리스마스.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였던 산타는 죽지도 않고 또 왔다. 빌어먹게 오래 사는 그 할아버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원을 빌었던 적이 있었다. ‘학교 안 가게 해 주세요…… 부자 되게 해 주세요…… 빨리 죽게 해 주세요…….’ 그, 김현우. “……못된 계집애.” 부족함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최고의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명석했을 뿐 아니라 깔끔하고 올곧은 성격에 도덕적인 가치 기준도 높았다. 계획대로 차근차근 일궈 가는 삶은 성공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처럼 분명했다. 끊임없이 노력과 절제를 필요로 했지만, 자부심과 긍지라는 대가는 그런 것들을 기꺼이 감내할 만큼 달콤했다. 그런데 동생의 여자 친구와 맞닥뜨리며 슬며시 찾아온 비밀한 감정. 한가은에겐 처음부터 이성이나 윤리 따윈 적용되지 않았다. 완벽했던 삶은 뒤죽박죽이 되고 최악까지 내몰린 지금은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얄팍한 수를 꾀하며 곁눈질하고 가슴 졸이는 중이다. 자신에게 있는지조차 몰랐던 추하고 더러운 것들의 본능 밑바닥까지 긁고 들쑤시고 휘젓는 그녀가 정말…… 밉다.
그녀, 한가은. 10년 동안 재개발에 묶여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서울의 한 귀퉁이. 똬리를 튼 뱀처럼 구불구불한 언덕길 끄트머리 어디쯤 그녀가 나고 자란 ‘집’이라는 게 있다. 겨울엔 칼바람에 몸을 뜯기고, 여름엔 이른 아침부터 불덩어리 태양을 맞닥뜨려야 하는 곳. 늘 연탄가스가 먹구름처럼 맴돌고 엄마 아빠의 독기 어린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쟁쟁거리는 곳. 하늘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천국보다 지옥에 가까운 그곳을 매일 고행을 자처하는 수도자처럼 오르내렸다. 해마다 돌아오는 크리스마스.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였던 산타는 죽지도 않고 또 왔다. 빌어먹게 오래 사는 그 할아버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원을 빌었던 적이 있었다. ‘학교 안 가게 해 주세요…… 부자 되게 해 주세요…… 빨리 죽게 해 주세요…….’ 그, 김현우. “……못된 계집애.” 부족함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최고의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명석했을 뿐 아니라 깔끔하고 올곧은 성격에 도덕적인 가치 기준도 높았다. 계획대로 차근차근 일궈 가는 삶은 성공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처럼 분명했다. 끊임없이 노력과 절제를 필요로 했지만, 자부심과 긍지라는 대가는 그런 것들을 기꺼이 감내할 만큼 달콤했다. 그런데 동생의 여자 친구와 맞닥뜨리며 슬며시 찾아온 비밀한 감정. 한가은에겐 처음부터 이성이나 윤리 따윈 적용되지 않았다. 완벽했던 삶은 뒤죽박죽이 되고 최악까지 내몰린 지금은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얄팍한 수를 꾀하며 곁눈질하고 가슴 졸이는 중이다. 자신에게 있는지조차 몰랐던 추하고 더러운 것들의 본능 밑바닥까지 긁고 들쑤시고 휘젓는 그녀가 정말…… 밉다.
이파람의 로맨스 장편 소설 『여기사 레이나』 “살기 위해 기사가 되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이다.” - 레이나 드 니고에 (프랑스 상파뉴의 여기사) “평생 전쟁터를 누비는 나의 인생에 여자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 - 리엄 올랜드 (잉글랜드의 왕 리처드1세의 수석 지휘관) “이기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명예나 정의는 개한테나 줘라.” - 레오 베르나르 (프랑스의 왕 필립2세의 수석 지휘관} “나에 대해 알려고 하지 마.” - 게일 라미레즈 (성 요한 기사단) 3차 십자군 원정길에 올랐던 프랑스의 여기사 레이나 드 니고에는 예루살렘에 도착하자 리처드 왕의 수석 기사 리엄 올랜드와 프랑스로 귀국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거친 육로와 해상의 긴 귀향길에 오른 그들 앞에 파란만장한 여정이 펼쳐진다. 『유리정원』 『결혼원정대』 의 작가 이파람!! 그녀의 강력추천 로맨스 를 이제, 카카오페이지에서 만나보세요.
수진은 우연히 돈을 주워 인터넷 쇼핑몰 제작 자금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그것이 한 동네에 사는 고등학교 동창의 할머니가 잃어버린 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치매기가 있어. 심하지는 않은디 가끔 깜빡깜빡해.” “그러시구나.” 수진은 알고 있었지만 몰랐던 척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엔 울 동식이가 쎄빠지게 일해서 벌어 온 돈을 잃어버렸어. 분명 신문지에 싸서 잘 뒀는디 암만 생각해도 어디 뒀는지 생각이 안 나는 거여.” 무거운 바윗덩어리들이 배 속에 가득 들어찬 것 같았다. 숨을 쉴 때마다 여기저기를 쿡쿡 찔러 댄다. “할머니, 걱정 마세요. 꼭 찾으실 거예요.” “그럴까?” “그럼요.” 그녀는 아이스크림 비닐을 벗겨 할머니 손에 쥐여 드렸다. ‘할머니 죄송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꼭 갚을게요.’ *** 퇴근길에 마트에서 장을 봐 온 동식은 냉장고를 열었다가 아이스크림을 발견했다. “이거 할머니가 사 왔어?” “아니. 전에 왔던 늬 친구가 또 왔었어.” “돈은 내고 사 오신 거냐고.” “늬 친구가 사 온 거라니께.” 동식은 아이스크림을 다시 냉동실에 넣었다. 내일 출근길에 가게에 들러 혹시 할머니가 물건을 그냥 가지고 오신 건 아닌지 물어봐야겠다. “너한테 전화도 한다고 했는디. 전화 안 왔어?” “예….” 건성으로 대답한 그는 비닐봉지에 담긴 식료품들을 하나씩 꺼내 냉장고에 넣기 시작했다. “이름이… 뭐라 그랬더라. 들었는디 또 까묵어 버렸네. 으이구, 맨날 이 모냥이니 살아서 뭣 혀. 죽어야 혀….” 할머니의 한숨에 방바닥이 구멍 날 지경이다. 동식은 시끄럽게 빽빽거리는 냉장고 문을 닫고 빈 비닐봉지를 둘둘 뭉쳐 서랍에 찔러 넣었다. “갸가 어째 생겼냐믄… 눈은 요렇게… 요렇게 생겼고, 코는 요리… 입도 요만치롬….” 손가락으로 눈을 키우고 코를, 입 모양을 만들어 보이는 할머니를 쳐다보지도 않는 그가 싱크대에서 손을 씻는다. “아, 왜 갸 있잖어. 너 학교 댕길 때 네 휴대폰에 있던 사진에, 갸! 갸 말이여!” 동식이 그제야 할머니를 돌아본다. 답답한 마음에 발끈했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손자와 눈이 마주치자 한풀 꺾여 이어진다. “내가 여자 친구냐고 물으니까 펄펄 뛰고 그랬잖어. 얼굴까정 빨개져 가지고….” “그, 그게 언제 적 얘긴데!” 이번엔 그가 버럭 성질을 냈다.
수진은 우연히 돈을 주워 인터넷 쇼핑몰 제작 자금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그것이 한 동네에 사는 고등학교 동창의 할머니가 잃어버린 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치매기가 있어. 심하지는 않은디 가끔 깜빡깜빡해.” “그러시구나.” 수진은 알고 있었지만 몰랐던 척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엔 울 동식이가 쎄빠지게 일해서 벌어 온 돈을 잃어버렸어. 분명 신문지에 싸서 잘 뒀는디 암만 생각해도 어디 뒀는지 생각이 안 나는 거여.” 무거운 바윗덩어리들이 배 속에 가득 들어찬 것 같았다. 숨을 쉴 때마다 여기저기를 쿡쿡 찔러 댄다. “할머니, 걱정 마세요. 꼭 찾으실 거예요.” “그럴까?” “그럼요.” 그녀는 아이스크림 비닐을 벗겨 할머니 손에 쥐여 드렸다. ‘할머니 죄송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꼭 갚을게요.’ *** 퇴근길에 마트에서 장을 봐 온 동식은 냉장고를 열었다가 아이스크림을 발견했다. “이거 할머니가 사 왔어?” “아니. 전에 왔던 늬 친구가 또 왔었어.” “돈은 내고 사 오신 거냐고.” “늬 친구가 사 온 거라니께.” 동식은 아이스크림을 다시 냉동실에 넣었다. 내일 출근길에 가게에 들러 혹시 할머니가 물건을 그냥 가지고 오신 건 아닌지 물어봐야겠다. “너한테 전화도 한다고 했는디. 전화 안 왔어?” “예….” 건성으로 대답한 그는 비닐봉지에 담긴 식료품들을 하나씩 꺼내 냉장고에 넣기 시작했다. “이름이… 뭐라 그랬더라. 들었는디 또 까묵어 버렸네. 으이구, 맨날 이 모냥이니 살아서 뭣 혀. 죽어야 혀….” 할머니의 한숨에 방바닥이 구멍 날 지경이다. 동식은 시끄럽게 빽빽거리는 냉장고 문을 닫고 빈 비닐봉지를 둘둘 뭉쳐 서랍에 찔러 넣었다. “갸가 어째 생겼냐믄… 눈은 요렇게… 요렇게 생겼고, 코는 요리… 입도 요만치롬….” 손가락으로 눈을 키우고 코를, 입 모양을 만들어 보이는 할머니를 쳐다보지도 않는 그가 싱크대에서 손을 씻는다. “아, 왜 갸 있잖어. 너 학교 댕길 때 네 휴대폰에 있던 사진에, 갸! 갸 말이여!” 동식이 그제야 할머니를 돌아본다. 답답한 마음에 발끈했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손자와 눈이 마주치자 한풀 꺾여 이어진다. “내가 여자 친구냐고 물으니까 펄펄 뛰고 그랬잖어. 얼굴까정 빨개져 가지고….” “그, 그게 언제 적 얘긴데!” 이번엔 그가 버럭 성질을 냈다.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외할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효주. 연애도 결혼도 싫어 독신을 선언한 그녀에게 부동산 재벌 외할아버지는 아이를 낳으면 50억을 증여해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혼자 살며 아이를 입양해 키우려던 효주는 계획을 바꿔 아이를 직접 낳을까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죽을 만큼 사랑했었다는 말 따윈 집어치워요.” 차갑게 일축한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겨우 스무 살에 천년의 사랑 같은 거 했을 리 없잖아. 어설픈 불장난이지. 불장난 한 번 잘못했다가 호되게 화상을 입어 아직 아픈 거겠지.” “함부로 넘겨짚지 말아요.” 담영이 제법 매서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지금 처지가 더 비참해질까 봐 사랑했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거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요. 자신의 행동에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믿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씁쓸한 얼굴이 언덕 너머로 보이는 비윤재에 잠시 머물렀다가 그녀에게 돌아왔다.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젓는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에 사람들은 신이 나 쑥덕거리다가 그녀를 그렇고 그런 여자로 단정 지어 버리곤 했다. “비윤재에만 들어가면 귀와 입을 닫아 버리고, 밥 대신 사탕을 먹고, 타지도 못하는 차를 구입하고, 물티슈로 세차를 하고….” 담영은 까맣게 잊었던 사탕을 뺨에서 입 안쪽으로 돌렸다. 물티슈 뚜껑을 닫고 사용해 더러워진 물티슈를 주섬주섬 모아 쥐었다. “참… 재미있는 사람이네요, 은담영 씨.” 흥미롭게 관찰하는 남자의 시선에 그녀는 눈만 깜빡거렸다. “아니면 바보인가?” 흡, 어쩌면 세혁에게 소리가 들렸을지도 모를 만큼 숨이 거칠게 들이켜졌다. “이렇게까지 했으면 뺨이라도 갈겨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뺨을 올려붙이려던 찰나였는데 그가 먼저 말을 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고등학교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여자, 이런 곳에 4년 동안 가둬 놓고 아무것도 못 하게 하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싸우는 것보다는 피하는 쪽을 선택하며 살아온 그녀는 이번에도 쏘아붙이고 싶은 말들을 꾹 내리눌렀다. 그리고 눈물이 먼저 터질 것 같아 열지 못했던 입술만 조그맣게 달싹였다. “당신, 빨리 가 버렸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