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해야겠는데, 이 결혼.” 남다른 두뇌와 철두철미한 성정, 우월한 외모까지 겸비한 ‘강 소프트’의 사장 강해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시는 거예요!” 가늘고 길게, 조용하고 무난하게 버티는 것만이 목표인 ‘강 소프트’의 비서 오하리. 그들은 회사를 벗어나 정략 맞선에서 다시 만난다. ‘전 레이스남하곤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요!’ 게다가 하리는 그를 변태로 오인하기까지 하는데. 절대로 어른들만 좋은 이 말도 안 되는 맞선을 성사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곳은 결혼식을 거행한 특급호텔의 스위트룸. “티팬티가 취향이라면 오 비서가 마음껏 입어요.” “사, 사장님?” “그게 오 비서가 원하는 첫날밤이라면.” 천천히 거리를 좁히는 해준의 입술에서 아찔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나도 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어쩐지 수상한 정략결혼이 시작되었다.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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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치게 하는 데 도가 텄네.” 6년 전 사라진 강건후가 나타났다. 엄마의 장례식장에. 다시 만난 그는 손끝이 저릿할 만큼 완벽한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룻밤만 유효한 관계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은서는 두 사람의 일을 확실하게 매듭지어야 했다. “헷갈리게 하지 마세요. 약속 어길 것처럼 굴지 마시라고요.” “쌍방의 약속이라고 생각했다면, 난 그 약속 지킬 생각 없어.” “상무님.” “앞으로도.” 통보처럼 말을 뱉은 건후는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 “내가 그러기로 정했으니 너도 감당해.”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
* 본 도서에는 고수위 흑백 삽화 2매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아직도 10분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지아는 망설이는 얼굴로 입술만 씹어 댔다. 몸이 이성을 배반한 지는 오래였다. 다만 그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다는 이성이 고집처럼 그녀를 붙들었다. “마지막으로 물을게. 정말 안 돼?” “……한 번으로 끝내요.” 어렵게 말을 뱉은 그녀가 결국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눈을 감았다. 비로소 내보이는 진심에 태준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어 보였다. 그 웃음이 마치 이럴 줄 알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글쎄. 한 번에 끝낼 수 있다고 약속하기는 힘들지만.” 태준은 지아의 허리를 끌어안고 허벅지 안쪽 여린 살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이곳을 만져 주면 어김없이 흥분하는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노력해 보죠.” 역시나 더한 것을 바라는 지아의 가랑이 사이가 파들거렸다. 쾌감을 참지 못한 그녀의 어깨가 한껏 경직되었다. 그 순간, 귓가에 닿는 소리에 지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내려요.” 그가 오만한 미소를 그리며 명령했다.
“후회 안 해?” 성준이 삐딱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금세 좁아진 거리에도 시아는 겁을 먹지 않았다. “토끼처럼 떨고 있는 거 구해줬더니, 겁도 없네.” “토끼 아니고 사람인데요.” 눈썹이 위로 휙 들렸다. 그녀를 빤히 쳐다보던 그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럼 내가 무슨 뜻으로 한 말인 줄 알겠다.” “…….” “떡 치러 가자는 얘기야. 알아들어?” 다정하게 묻고 있으나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거칠기 그지없었다. “그쯤은 알아들어요, 나도.” 흥미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것처럼 성준의 눈매가 호선을 그리는 순간, 시아는 비로소 오늘 밤 제가 달라질 것임을 예감했다. *** “아, 하아.” 배꼽 아래가 파르르 경련했다. 점점 다리가 넓게 벌어지며 찰박거리는 소리가 났다. 등이 움츠러들다가도 곧 허리가 빳빳해지고, 몸을 한시도 가만히 둘 수 없었다. 시아는 처음 겪는 감각에 어쩔 줄을 몰랐다. “잘 젖네.” 그가 목덜미에 붙인 입술을 비스듬히 끌어올리며 속삭였다. “내가 이런 몸에 환장하거든.” 긴 손가락이 질구 안에서 둥글게 원을 그렸다. 수축해 있던 내벽이 벌어지며 그 안에서 끈적한 액이 찔걱찔걱 새어 나왔다. “하, 존나 조이네.” 아랫배가 부들거리며 애액이 뭉텅이로 쏟아져나왔다. 그것은 곧 그의 손등을 적시고 손목 아래로 흘러내렸다.
난소 기능 저하증을 앓고 있는 서라는 양어머니 손에 이끌려 나간 맞선 자리에서 유명 인사 강일헌 전무를 만난다. “남에게 잘 맞춰 준다고 했죠. 감정 소모 없이.” “네.” “거기엔 침대 사정도 해당인가?” “……네?” 그리고 그와 위험한 관계를 맺게 되는데. “이제부터 내가 하려는 건.” 등받이에서 상체를 떼어 낸 그가 테이블에 올려 둔 그녀의 손을 가볍게 그러쥐었다. “짐승 같은 쇼윈도야.” 설명하는 일헌의 눈동자가 까맣게 일렁였다. “정말 사랑해서, 당신에게 한눈에 반해서, 서로에게 미쳐서 결혼하는 거라고 모두가 착각해야 해요.” 단단한 마디마디가 가녀린 손가락 사이를 뱀처럼 파고든다. “동물의 왕국 같은 이 바닥에서 문란한 부부라고 소문이 나면 좋겠죠. 당신밖에 안 보여서, 연서라에게 푹 빠져서, 이 강일헌이 마침내 미쳐 돌아 버렸다고.” 아프도록 꽉 움켜쥐는 악력에 서라의 등줄기에 소름이 뻗쳤다. * * * 그러나 그들의 계약 결혼은 강일 그룹 회장의 요구에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는데. “지금부터 3개월 내로 아기 가져라.” 과연 서라는 짐승 같은 쇼윈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계약결혼, 선임신후연애, 갑을관계, 재벌남, 계략남, 후회남, 순정녀]
의붓어머니의 강요로 나가게 된 선 자리에서 그 남자를 만났다. 11년 전, 마음속 고이 담아 둔 채은의 첫사랑. 도성하. “난 고채은은 알고 싶은데. 고채은 씨는 아니에요?” 남자 친구의 외도 사실을 이날 알게 됐기 때문일까. 제 첫사랑이었던 그와 보내는 하룻밤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그녀답지 않은 기백이 솟았다. 도성하 같은 남자와 하룻밤이라도 함께할 수 있다면 실패한 인생에 작은 별표 정도는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다음 날, 집 앞에 새카만 차들이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이렇게 오시니 당황스러워요. 저희는 어젯밤으로 끝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를 기만할 생각으로 맞선에 나온 건 아니겠지. 아닌 게 맞다면 책임져요.” 도성하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건만, 왜 그의 꼬드김에 자꾸만 넘어가고 싶을까. *** “제가 어린애 같으세요?” “어린애랑 밤을 보낼 리 있나.” 채은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멀쩡한 질문에 대한 답을 꼭 그런 식으로 해야겠냐고 따지려는데, 성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고채은 씨 어른이에요. 너 때문에 내가 아무것도 못 했어.” 채은은 이런 말을 덤덤하게 하는 성하가 이해되지 않았다. “나도 고채은에게 그런 남자이길 바라고. 고채은이 도성하 때문에 아무것도 못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야.”
어머니의 수상쩍은 죽음. 명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사건의 조각들. 그 퍼즐을 제 손으로 맞추려 2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본부장님도 저랑 자고 싶으세요?” 그리고 또 다른 목적.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여자의 딸, 고해은.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그녀에게 접근했을 때 들은 말에 실소했다. “설마 지금까지 남자한테 도움 받을 때마다 이랬습니까.” “제 과거가 중요한가요?” 어쩐지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 눈동자가 흔들리는 줄도 모르고 맹랑하게 답하는 여자를 몰아붙였다.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쥐어뜯을 듯 강하게 움켜쥐며 경고했다. “아니, 중요한 건 지금이지.” 앞으로 비밀을 파헤칠 때까지 네 밤 사정은 오직 나만 알아야 할 거라고. “네가 지금까지 어떤 새끼와 뒹굴었든, 이제부턴 나하고만 뒹굴 테니까.”
의붓어머니의 강요로 나가게 된 선 자리에서 그 남자를 만났다. 11년 전, 마음속 고이 담아 둔 채은의 첫사랑. 도성하. “난 고채은은 알고 싶은데. 고채은 씨는 아니에요?” 남자 친구의 외도 사실을 이날 알게 됐기 때문일까. 제 첫사랑이었던 그와 보내는 하룻밤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그녀답지 않은 기백이 솟았다. 도성하 같은 남자와 하룻밤이라도 함께할 수 있다면 실패한 인생에 작은 별표 정도는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다음 날, 집 앞에 새카만 차들이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이렇게 오시니 당황스러워요. 저희는 어젯밤으로 끝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를 기만할 생각으로 맞선에 나온 건 아니겠지. 아닌 게 맞다면 책임져요.” 도성하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건만, 왜 그의 꼬드김에 자꾸만 넘어가고 싶을까. *** “제가 어린애 같으세요?” “어린애랑 밤을 보낼 리 있나.” 채은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멀쩡한 질문에 대한 답을 꼭 그런 식으로 해야겠냐고 따지려는데, 성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고채은 씨 어른이에요. 너 때문에 내가 아무것도 못 했어.” 채은은 이런 말을 덤덤하게 하는 성하가 이해되지 않았다. “나도 고채은에게 그런 남자이길 바라고. 고채은이 도성하 때문에 아무것도 못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야.”
의붓어머니의 강요로 나가게 된 선 자리에서 그 남자를 만났다. 11년 전, 마음속 고이 담아 둔 채은의 첫사랑. 도성하. “난 고채은은 알고 싶은데. 고채은 씨는 아니에요?” 남자 친구의 외도 사실을 이날 알게 됐기 때문일까. 제 첫사랑이었던 그와 보내는 하룻밤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그녀답지 않은 기백이 솟았다. 도성하 같은 남자와 하룻밤이라도 함께할 수 있다면 실패한 인생에 작은 별표 정도는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다음 날, 집 앞에 새카만 차들이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이렇게 오시니 당황스러워요. 저희는 어젯밤으로 끝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를 기만할 생각으로 맞선에 나온 건 아니겠지. 아닌 게 맞다면 책임져요.” 도성하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건만, 왜 그의 꼬드김에 자꾸만 넘어가고 싶을까. *** “제가 어린애 같으세요?” “어린애랑 밤을 보낼 리 있나.” 채은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멀쩡한 질문에 대한 답을 꼭 그런 식으로 해야겠냐고 따지려는데, 성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고채은 씨 어른이에요. 너 때문에 내가 아무것도 못 했어.” 채은은 이런 말을 덤덤하게 하는 성하가 이해되지 않았다. “나도 고채은에게 그런 남자이길 바라고. 고채은이 도성하 때문에 아무것도 못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야.”
[단독선공개] 단정한 용모에 출중한 업무 능력까지 겸비한 이혜. 그녀에겐 남자의 양기를 냄새로 느끼는 기묘한 능력이 있었다. 이 희한한 능력 때문에 괴롭기도 하지만, 딱 하나 좋은 건. “시원한 박하 향, 좋다. 팀장님 향기.” 짝사랑 중인 현호의 향기도 늘 느낄 수 있다는 것. 마치 가슴에 코 박고 맡는 것처럼, 진하게. 그러나 잔잔하던 그녀의 인생이 송두리째 변하고 만다. ‘삼신’이라는 수상한 여자를 만난 직후부터! “몰랐겠지만 너, 신이 선택한 인간이야. 그러니 아이 한 명만 낳아 줘.”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해 대길래 무시해 버렸건만 그다음 날부터 모든 남자가 이혜에게 들이대는데……. 심지어는. “못 참겠습니다, 임이혜 씨에게 향하는 마음을.” 인간미 없던 냉미남 현호까지도, 저를 원한다. 신이시여, 이것이 당신의 뜻이라면 제가 한번 유용하게 써먹어 보겠습니다!
[추가 외전 선공개] 선천적으로 남자의 페로몬 냄새를 맡는 야릇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서지유. 신이 내린 음기 때문에 남자도 꼬여, 심지어 인생도 꼬이기만 한다. “너와 딱 맞는 양기남을 만나거라. 그놈을 확 자빠뜨리라, 이 소리지!” 세상에 그런 남자가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걸 포기한 지유의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금일 부로 몽블랑의 사장직을 맡게 된 한서준입니다.” 그런데 새로 부임한 사장님에게서 어쩐 일인지 페로몬 냄새가 나지 않는다! ‘역시 사장님이 양기남인 건가……?’ 그가 양기남인지 확인하기 위해 무작정 입을 맞춰볼 것을 요구했으나 오히려 서준은 뜻밖의 조건을 내거는데. “맞추게 해주죠. 서지유 씨가 원하는 때에 얼마든지. 대신 나랑 결혼합시다, 서지유 씨.” 양기남을 자빠뜨려야만 하는 지유와 그런 그녀와 결혼해야만 하는 서준.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완벽한 사내결혼 이야기.
#현대물 #재회물 #첫사랑 #신분차이 #계략남 #절륜남 #순정남 #존댓말남 #능력녀 #직진녀 #유혹녀 #상처녀 #고수위 어린 나이에 뛰어난 능력으로 가구 기업 해솔의 이사 자리에 오른 문이연.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비서인 조권호를 짝사랑해 왔다. 둘 사이에 흐르는 아슬아슬한 기류를 그도 느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권호를 유혹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고 매번 단호한 거절만을 보이는데.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사고로 두 사람은 인적 드문 곳에서 발목이 묶이게 되고, 이연은 그를 향한 미련 어린 감정을 단념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권호를 시험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낯선 그의 모습을 발견한다. “여기에서 제가 좀 더 솔직해져도 되겠습니까.” “해 봐. 솔직해진 조 비서님 보고 싶어요.” “…….” “그게 무엇이든.” 두 사람의 입술이 점점 가까워진다. 속삭이는 이연의 음성이 권호의 이성을 끊어 놓았다. “나에게 다 보여 줘.” *15세로 재편집한 버전입니다
* 본 도서에는 삽화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조는 은혜 입은 집안의 아들인 수현을 친동생처럼 아꼈다. 유학에서 돌아온 수현은 근사한 남자가 되어 있었고, 둘 사이는 남매가 아닌 남녀로 변한다. “난 자 본 적 없어. 여자랑. 단 한 번도.” 이조를 바라보는 수현의 표정이 어쩐지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서.” 거인이 들어와 밟는 것처럼 심장이 쿵쾅거렸다. 갑자기 취기가 훅 올라와 눈앞이 어지러웠다. “내 처음은 좋아하는 여자한테 주고 싶어. 가능하면 그 여자도 그랬으면 좋겠고.” ‘그게 누군데?’ 차마 묻지 못하는 이조에게 수현이 넌지시 물었다. “왜 안 물어봐?” “묻기 싫어.” “그럼 내가 물어볼래.” “싫어.” “물어볼 거야.” “묻지 마. 하지 마.” “줘도 돼?” 수현은 기어이 이조의 심장을 터뜨리려 했다. “내 처음.” 가슴을 멋대로 찢고 들어와 심장을 가져갔다. 그러나 수현의 정략결혼 이야기는 이조를 현실 앞으로 몰아세우는데.
얼굴을 궁금해하거나, 신상을 알려 하지 말 것. 머물렀다는 흔적을 남기지 말 것. 고객의 요구 사항은 조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화는 주택 관리사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 그런데 이 대저택에 만나선 안 될 사람이 있었다. “서태준……. 당신이 왜 여기 있어요?” 하룻밤의 뜨거웠던 기억과,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동시에 안겨 줬던 사람. 이화가 처음으로 사랑했던 남자가 그녀의 앞에 홀연히 나타났다. 지독히도 건조해진 눈빛을 하고……. * * * “다시 만나서 반가워. 엿 같은 기분이지만.” 이화의 눈시울에 눈물이 빠르게 들어찼다. 태준은 입술 끝을 들어 올려 느른하게 미소 지었다. 단단한 엄지가 부풀어 오른 눈 밑을 거칠게 쓸었다. 그녀도 모르게 맺힌 물기가 그의 손에 스며든다. “벌써 울지 마. 앞으로 울 날이 많을 테니까.” 내리깐 눈꺼풀 속 눈동자가 형형하게 일렁였다. “내가 흘린 눈물만큼 너도 울어야지.”
“이 미친 새끼야!” 부릅뜬 도희의 눈시울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딴 게 네가 말한 협상이었어? 상대 잘못 골랐어! 그렇게 돈이 쓰고 싶으면 딴 데 가서……!” 끼이익! 갑자기 차체가 크게 돌았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면 차창에 머리를 부딪쳤을 만큼 격렬한 움직임이었다. 우악스럽게 핸들을 튼 그가 비명을 지르는 도희 앞으로 바짝 얼굴을 들이댔다. “씨발, 도희야.” 도희의 눈이 찢어질 기세로 크게 뜨였다. 사방에서 터지는 클랙슨 소리가 귓전을 어지럽혔다. “그렇게 말하면 서운하지.” 짓씹어 발음하는 한 글자, 한 글자에 그의 분노가 실려 있었다. 씨근거리는 숨결이 그녀의 인중에 쏟아졌다. 놀라 흔들리는 눈동자에 대고 하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읊조렸다. “내가 상대가 없어서 전국 방방곡곡 뒤지며 미쳐 날뛴 줄 알아?” “강하준.” “난 선배가 사라진 후로 제대로 잔 적 없어요.” “…….” “너 때문에, 단 하루도.”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
“이름이 뭡니까?” 낮은 음성이 넌지시 물었다. 여자는 이제야 통성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해내곤 빠르게 입을 열었다. “이지연입니다.” “이지연 씨.” 현준이 저를 불렀다. 지연이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묵직한 음성 탓인지, 밋밋하고 흔해 빠진 자신의 이름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저의 이름에 가슴이 설렜다. “나랑 잘래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입을 벌려야 했다. 그녀가 놀란 건 원나잇 제안을 받아서가 아니었다. 지연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다가 입술을 떨며 물었다. “제가…… 여자로 보이세요?” 누가 봐도 멋진 그에게 제가 여자로 보인다는 것이 놀라웠다. 예쁘지도 않고, 차림은 초라한 데다, 이혼한 경력까지 있는 저를. “물론이죠.” 그런데 현준은 바보 같은 질문이라는 듯이 조소했다. “나한테는 예쁜 여잔데.” [본 작품은 15세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
의붓어머니의 강요로 나가게 된 선 자리에서 그 남자를 만났다. 11년 전, 마음속 고이 담아 둔 채은의 첫사랑. 도성하. “난 고채은은 알고 싶은데. 고채은 씨는 아니에요?” 남자 친구의 외도 사실을 이날 알게 됐기 때문일까. 제 첫사랑이었던 그와 보내는 하룻밤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그녀답지 않은 기백이 솟았다. 도성하 같은 남자와 하룻밤이라도 함께할 수 있다면 실패한 인생에 작은 별표 정도는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다음 날, 집 앞에 새카만 차들이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이렇게 오시니 당황스러워요. 저희는 어젯밤으로 끝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를 기만할 생각으로 맞선에 나온 건 아니겠지. 아닌 게 맞다면 책임져요.” 도성하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건만, 왜 그의 꼬드김에 자꾸만 넘어가고 싶을까. *** “제가 어린애 같으세요?” “어린애랑 밤을 보낼 리 있나.” 채은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멀쩡한 질문에 대한 답을 꼭 그런 식으로 해야겠냐고 따지려는데, 성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고채은 씨 어른이에요. 너 때문에 내가 아무것도 못 했어.” 채은은 이런 말을 덤덤하게 하는 성하가 이해되지 않았다. “나도 고채은에게 그런 남자이길 바라고. 고채은이 도성하 때문에 아무것도 못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야.”
사하 왕국에서 유명한 수제화 숍의 외동딸, 로제나 오넬. “오늘부터 네 정혼자를 찾아보려 한다.” 자상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그녀를 팔아치우려는 듯 공개적으로 사윗감을 찾는다. 그로 인해 온 영지에 소문이 퍼지고. “미안하지만, 로제나. 나는 널 친구라고 생각 안 해.” 소꿉친구 아델 디아스가 한순간에 변해 버렸다. *** “넌 내가 널 볼 때마다 무슨 생각을 하는 줄이나 알아?” “……!” 로제나는 눈 깜빡하기도 전에 밀착하듯이 다가온 아델 탓에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서로의 숨결이 뜨겁게 얽히는 거리. 당장에라도 입술이 닿을 것처럼 다가온 아델이 눈을 내리뜨며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난 네 치마 속을 궁금해해.” “아델……!” “가슴을 조이고 있는 끈을 잡아 뜯어 버리면, 어떻게 될지 매일 상상해.” 음습한 음성이 로제나를 옴짝달싹 못 하게 했다. “난 항상 이래 왔는데.” “…….” “이게 친구가 할 생각이야?”
“우서영 씨, 남자 친구랑 헤어졌다고 했었나?” “갑자기 무슨 소릴 하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무슨 소리긴. 청혼하는 거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상대의 약한 부분을 아무렇지 않게 건드리는 남자, 차무건. “결혼하면 좋아하는 것, 실컷 하게 해 줄게요.” “전무님…….” “너 나 좋아하잖아.” 그의 곁에 있기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하는 여자, 우서영. 두 사람의 계약 결혼은 문제없이 지속되는 듯했다. 서영에게 변화가 찾아오기 전까지. * “내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 진짜 이유.” 제게서 그의 아이를 보게 하고 싶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할 말을 잃은 서영을 두고 무건은 태연히 말을 이었다. “우서영 몸에 나 아닌 누군가가 있는 건 용납 못 해.” “그게, 무슨…….” “나 아닌 생명체가 네 몸의 영양분을 먹고, 네 체온을 느끼고, 심장 고동을 공유하는 게 싫어. 나 아니면.” 그녀를 담은 눈동자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색이었다. 표정만으론 도무지 그의 생각을 짐작할 수 없었다. “그게 이유야.”
* 본 도서에는 고수위 흑백 삽화 2매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치료 시작하겠습니다.” 차건후의 묵직한 목소리와 동시에 손가락이 마치 키스하듯 아랫입술을 지그시 눌러 왔다. 이번에도 순순히 입을 벌리자 곧장 기구가 파고들었다. 지이잉. 머리가 울렸다. 차건후가 섬세하게 손을 놀리는 대로 입안이 휘저어졌다. “아프면 왼손 드세요.” 짧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다릴 것 없이 바로 손을 들었지만 언제나처럼 차건후는 동요하지 않았다. “조금만 참아요.” 그럼 왜 들라고 한 거야! 나리는 놀림 받은 기분에 신경질이 나면서도 기분이 이상했다. 그가 부드럽게 달래고 치료하느라 입술에 손가락이 닿고, 자신조차 자세히 들여다본 적 없는 입안을 다른 사람도 아닌 차건후가 구석구석 살피고 있다는 게. 불현듯 그날의 키스가 떠올랐다. 집에 들어가 젖은 팬티를 벗으며 자괴감으로 몸부림쳐야 했던 밤. 그때가 떠올라 저도 모르게 혀가 움찔거리고 턱이 다물리는 순간. “벌려요.” 손가락이 그녀의 입속을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