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여주인공의 대역으로 공작과 결혼하는 쌍둥이 동생 역에 빙의했다. 평생 사랑받지 못하다 여주인공이 돌아오면 비참하게 죽는 운명으로. 그것도 사랑해 마지않던 제 부모에게 살해당하는! 살기 위해서는 여주인공이 돌아오기 전까지 저를 지켜줄 보호자가 필요했다. 적합자는 저를 혐오하는 동시에 저를 쓸모있게 여길 에르시반 발렌시아, 이야기의 남자 주인공. 우선 정체를 숨기다 혼담이 성사되는 초야가 지나면 거래를 제안하려 했는데……. “어서 말씀해 보시지요.” “예?” “당신의 진짜 이름을 말입니다.” “그게 무슨……?” 어쩌다 정체를 들킨 걸까. “적어도 몸을 섞을 사람의 이름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인.” 그것도 초야 바로 직전에. * 머지않아 여주인공인 릴리안이 등장할 것이었다. 그녀의 짝인 에르시반이 그녀에게 빠지는 건 불가항력적이었으니, 다이애나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만 했다. “전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신다면 제게 필시 알려 주세요.” “그러겠습니다. 대신 부인도 제게 약속하시지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신다면 반드시 제게 알리겠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알겠지요. 나의 사랑스러운 디앤.” 이상하게도 다정스레 대답하는 그의 눈이 위험하게 빛났다. ‘그래야 제가 부인의 정인을 죽이지 않겠습니까.’ 정말 이상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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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소시민이었던 내가 공작가의 양녀로 입양되었다! 그러나 첫날부터 당한 생체 실험으로 인해 내가 소설 속에 빙의했다는 걸 깨달았다. 내 역할은 다름 아닌 ‘흑막에게 힘을 빼앗기다가 생을 마감하는 비운의 엑스트라’였다. 신분 상승인 줄 알았던 기회는 사실 시한부 인생으로 돌진하는 원작행 열차였던 것. 배터리 신세가 된 이상 금수저 삶이라도 누리고 가겠어! “오늘부로 난 네 누나야.” “……웅?” “누나라고 불러, 꼬맹아.” ……그러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흑막 보모가 되었습니다. *** 미래를 대비해둔 덕에 죽기 직전 공작저를 탈출할 수 있었다. 사라지지 않은 치유 능력으로 죽어가던 몸을 치료한 뒤 소황행 라이프를 즐기던 때였다. “고작 이런 곳에 숨어들려고 날 버리고 떠나신 거군요.” “…….” “절 속이실 작정이었으면 제국을 떠날 각오라도 하셨어야죠.” 도련님, 네가 왜 거기서 나와? *** 쿨럭! 기침과 함께 붉은 액체가 뿜어 나왔다. 당황한 내가 서둘러 입가를 닦던 무렵이었다. 아펠리온이 성난 표정을 한 채 성큼성큼 다가왔다. 엥, 이 분위기 뭐지? “누님, 제발…….” 왜 얘는 내 어깨를 단단히 붙잡은 채. “제발 이런 것에 의연하게 굴지 마.”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세상을, 나를, 단념하려 들지 마.” ……구는 거지? 저거 피 아니고 토마토 주슨데.
“공주, 나와 결혼해줘야겠어.” 지크하트 아스하르트.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남자는 쉽게도 내 삶을 휘둘렀다. 남자의 다정한 말 한마디에, 우아한 손짓 하나에 나는 필연적으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것이 거짓으로 꾸며진 사랑이란 것도 모르고. *** 열 번. 불행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나는 매번 삶을 포기했으며, 때마다 되살아났다. “내 아이일 리 없지. 공주와 다른 남자의 아이면 몰라도.” “내가 공주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슬슬 눈치챌 때가 되지 않았나?” 점점 시간을 거스르며 돌아가던 내게 열 한번째 삶이 다가온다. “우리, 결혼하지.” 과거, 지크하트가 청혼했던 때로. 그런데, 다시 마주한 남자가 이상하게 바뀌어 있었다. “나타샤, 당신이 나를 벗어날 방법은 없어.” “…….” “원하거든, 내가. 나를 죽도록 싫어하는 당신을.” 당신을 놓은 나를 이제 와 회유하듯.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한 여자와 함께였다. 그녀가 누구인지, 구태여 소개받지 않더라도 클로에는 알 수 있었다. 왕국의 신데렐라. 남편의 첫사랑이자 본래 그의 부인이 되었을 여자. “당신도 알잖아. 내가 헬레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지난 일 년간 아무 탈 없이 당신의 남편 행세를 했으니, 이젠 내 삶을 살게 해줘.” 잃어버렸던 삶을 되찾기 위해서라던 그는 뻔뻔스럽게도 불륜을 이어나갔다. *** “가족, 친구, 명예……. 모든 걸 다 잃었다니. 공주는 참 안타까운 삶을 살았어.” 친우의 탈을 쓰고 있던 목소리가 이제는 정말로 온데간데없었다. 딱딱한 음성에 움츠러든 클로에가 무심코 얼굴을 들었다. 엉겁결에 맞닥뜨린, 짐승이나 가질 법한 고착을 담은 눈. 붉은 눈이 자아내는 짙은 감정은, 클로에가 이전까지 느껴본 적 없는 것이었다. “그 계집이 왕국의 신데렐라라면, 나는 그대를 세기의 신데렐라로 만들어줄게.” “…….” “그러니 내게로 와. 공주.” 나는 공주에게 이 제국을 줄 테니까. 자극에 민감해졌기 때문일까, 클로에는 상대가 마음속으로나마 외친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다.
사랑받길 원했다. 단지 그뿐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께선 한없이 무심하셨으며, 오라버니께선 지독할 정도로 냉소적이었다. “내 사랑스러운 동생, 에보니. 난 네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잔인한 세계 속에서 그녀를 구원해준 사람은 유일한 친우이자 양언니인 아이린이었지만……. “멍청한 네 덕분에 너무 쉽게 인생을 훔쳤어. 고마워,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 그마저도 기만이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내가 그들에게 절망을 선사하겠어.’ 아이린이 건넨 단도로 심장을 난도질하며, 그녀는 고독한 외사랑에 마침표를 찍었다. *** 두 번째 기회를 맞이한 에보니는 이제 가치 없는 것들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오직 그녀가 받은 상처만큼, 상대에게 되돌려 주고 싶을 뿐이었다. “각하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디에고 마그너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공기의 밀도를 높이는 아름다운 남자. 서늘한 눈빛의 남자 앞에서 에보니는 감히 청혼했다. “나와 결혼하려는 이유가 뭐지?” “각하께선 누군가의 찬란한 세계셨거든요.” 제 언니의 첫사랑이자 찬란한 세계였던 남자를 손에 넣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