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야.” “예, 아버지.” “이 아버지가 맹세하마. 기필코 네 이 까다롭고 복잡하고 혼란한 이상형을 찾고야 말겠다고!” “예, 아버지.” 심드렁히 대답한 제국 최고의 기사 가문 엠페르트의 셋째 공녀 키리엘 엠페르트는 생각했다. ‘애초에 결혼하기 싫어서 지어낸 이상형인데 저런 사람이 있을 리가.’ 다만 키리엘은 두 가지를 간과했다. 첫 번째는 이 낭만적인 아버지가 자식의 일이라면 지나치게 투지에 불탄다는 점과, 두 번째는 조건 3의 재주가 무엇인지 정확히 적어 놓지 않았다는 점. “막내야! 이 아버지가! 10년 만에 드디어! 네 이상형을! 찾고야 말았지 뭐야!” 그것도, “비록 300년 전 성전에서! 기사들의 적이었던 소서러지만 말이다!” “환장하겠네.” “응?” “아닙니다.” 내가 벌인 일, 내가 해결해야 한다. “르를, 르를를르.” “이드윈 솔리테 를르-지-외즈라 읽습니다.” “를르지……. 아무튼 여긴 왜 들어와 있습니까?!” 일단 저 이름 어려운 인간 먼저 쫓아내고. 가짜 이상형을 내세운 여자와 그 가짜 이상형으로 행세하는 남자의 이야기.
🌟 로판 소설 중 상위 12.33%
평균 이용자 수 6,216 명
* 100명이 선택하면 '명작' 칭호가 활성화 됩니다.
'명작'의 태양을 라이징 해보세요.
“하녀들을 한 달에 한 번씩 갈아 치운대.” “그 후론 아무도 그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대.” “돈을 빌리러 갔다가 글쎄, 온통 피가 튀어 있는 걸 봤대.” 금액은 30억 골드, 담보는 소가주 아를리엔의 살점 1파운드. 악명 높은 고리대금업자가 백작에게 내건 단 하나의 조건이었다. “마리엔, 네가 그 계약서를 가져오너라.” 백작의 서녀 마리엔은 소문이 무성한 고리대금업자의 저택으로 향한다. 그것도, 메이드로 위장해서! 그런데 이 남자, 뭔가 이상하다. 위기에서 구해 주질 않나, 집안을 들쑤시고 다녀도 용서해 주질 않나. '데빈의 악마'라던 남자의 이중생활을 알아 버렸는데도 오히려 곁에 있으라 한다. 누구도 그런 말을 해 준 적 없었는데.
“하녀들을 한 달에 한 번씩 갈아 치운대.” “그 후론 아무도 그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대.” “돈을 빌리러 갔다가 글쎄, 온통 피가 튀어 있는 걸 봤대.” 금액은 30억 골드, 담보는 소가주 아를리엔의 살점 1파운드. 악명 높은 고리대금업자가 백작에게 내건 단 하나의 조건이었다. “마리엔, 네가 그 계약서를 가져오너라.” 백작의 서녀 마리엔은 소문이 무성한 고리대금업자의 저택으로 향한다. 그것도, 메이드로 위장해서! 그런데 이 남자, 뭔가 이상하다. 위기에서 구해 주질 않나, 집안을 들쑤시고 다녀도 용서해 주질 않나. '데빈의 악마'라던 남자의 이중생활을 알아 버렸는데도 오히려 곁에 있으라 한다. 누구도 그런 말을 해 준 적 없었는데. *표지 일러스트 : 몽글
희대의 범죄자가 탈옥했다. 남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가 일하는 바가 첩보 기관이었고 단골손님들은 죄다 스파이란다. 7년 바텐더 경력을 살려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보라는 마스터는 ‘좋은 스파이는 없어’란 뜻 모를 말만 남기고 사라지는데. “가장 잘 해주는 사람에게 정보를 줄 거예요.” 그런데 아무래도 이 젠틀한데 이상한 스파이들이 저 말을 오해한 것 같다. 누가 잘해 달라고 했지 나를 꼬시라고 했냐고! * * * “자, 손님들. 제 말 잘 들으시고, 해당하는 분은 손을 들어주시면 됩니다.” 집에 가고 싶다. 눈을 질끈 감은 헤스터가 입을 열었다. “나는 ‘센트럴 콜래트럴’이 뭔지 모른다. 그게 무엇인지 전혀 관심도 없다. 손 드세요.” 사람들이 조용했다. 관자놀이를 꾹꾹 문지른 헤스터가 구석에 앉은 에드가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제 볼을 움켜쥔 채 다소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보고 있었다. 힘겹게 입꼬리를 올린 헤스터가 입을 열었다. “나는 ‘센트럴 콜래트럴’에 대해 안다. ……나는 스파이다. 손 드세요.” 스무 개의 팔이 동시에 올라오는 것을 보던 헤스터가 얼굴을 쓸었다. 정말로 이상한 날이었다.
희대의 범죄자가 탈옥했다. 남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가 일하는 바가 첩보 기관이었고 단골손님들은 죄다 스파이란다. 7년 바텐더 경력을 살려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보라는 마스터는 ‘좋은 스파이는 없어’란 뜻 모를 말만 남기고 사라지는데. “가장 잘 해주는 사람에게 정보를 줄 거예요.” 그런데 아무래도 이 젠틀한데 이상한 스파이들이 저 말을 오해한 것 같다. 누가 잘해 달라고 했지 나를 꼬시라고 했냐고! * * * “자, 손님들. 제 말 잘 들으시고, 해당하는 분은 손을 들어주시면 됩니다.” 집에 가고 싶다. 눈을 질끈 감은 헤스터가 입을 열었다. “나는 ‘센트럴 콜래트럴’이 뭔지 모른다. 그게 무엇인지 전혀 관심도 없다. 손 드세요.” 사람들이 조용했다. 관자놀이를 꾹꾹 문지른 헤스터가 구석에 앉은 에드가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제 볼을 움켜쥔 채 다소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보고 있었다. 힘겹게 입꼬리를 올린 헤스터가 입을 열었다. “나는 ‘센트럴 콜래트럴’에 대해 안다. ……나는 스파이다. 손 드세요.” 스무 개의 팔이 동시에 올라오는 것을 보던 헤스터가 얼굴을 쓸었다. 정말로 이상한 날이었다.
“하녀들을 한 달에 한 번씩 갈아 치운대.” “그 후론 아무도 그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대.” “돈을 빌리러 갔다가 글쎄, 온통 피가 튀어 있는 걸 봤대.” 금액은 30억 골드, 담보는 소가주 아를리엔의 살점 1파운드. 악명 높은 고리대금업자가 백작에게 내건 단 하나의 조건이었다. “마리엔, 네가 그 계약서를 가져오너라.” 백작의 서녀 마리엔은 소문이 무성한 고리대금업자의 저택으로 향한다. 그것도, 메이드로 위장해서! 그런데 이 남자, 뭔가 이상하다. 위기에서 구해 주질 않나, 집안을 들쑤시고 다녀도 용서해 주질 않나. '데빈의 악마'라던 남자의 이중생활을 알아 버렸는데도 오히려 곁에 있으라 한다. 누구도 그런 말을 해 준 적 없었는데. *표지 일러스트 : 몽글
희대의 범죄자가 탈옥했다. 남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가 일하는 바가 첩보기관이었고 단골손님들은 죄다 스파이란다. 7년 바텐더 경력을 살려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보라는 마스터는 ‘좋은 스파이는 없어’란 뜻 모를말만 남기고 사라지는데. “가장 잘 해주는 사람에게 정보를 줄 거예요.” 그런데 아무래도 이 젠틀한데 이상한 스파이들이 저 말을 오해한 것 같다. 누가 잘해 달라고 했지 나를 꼬시라고 했냐고! * * * “자, 손님들. 제 말 잘 들으시고, 해당하는 분은 손을 들어주시면 됩니다.” 집에 가고 싶다. 눈을 질끈 감은 헤스터가 입을 열었다. “나는 ‘센트럴 콜래트럴’이 뭔지 모른다. 그게 무엇인지 전혀 관심도 없다. 손 드세요.” 사람들이 조용했다. 관자놀이를 꾹꾹 문지른 헤스터가 구석에 앉은 에드가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제 볼을 움켜쥔 채 다소 원망스러운표정으로 저를 보고 있었다. 힘겹게 입꼬리를 올린 헤스터가 입을 열었다. “나는 ‘센트럴 콜래트럴’에 대해 안다. ……나는 스파이다. 손 드세요.” 스무 개의 팔이 동시에 올라오는 것을 보던 헤스터가 얼굴을 쓸었다. 정말로 이상한 날이었다.
“날 사랑해요?” “예, 사랑하죠.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공작가를 무너뜨리기 위해 2년간 사랑을 연기해 온 남자, 블레즈는 그렇게 말했다. 처음이자 마지막 고백을 들은 밤. 아나이스는 더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죽음을 위장해 도망쳤다. 공작가에서 가장 먼 곳으로. 사업의 성공과 새로운 인연이 반기는 나날을 살았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2년간의 기억을 떨치기란 쉽지 않았다. 누군가는 증오라 했고 누군가는 미련이라 했다. 그중 사랑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비 오는 밤, 갑작스레 나타난 블레즈 또한 그렇게 말한다. 그런데 왜 그는 아나이스의 주변에 머무르는 걸까. 둘 중 무엇이, 그의 거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