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무협 소설! 아비와 어미의 희생으로 탄생한 저주의 전설 「무맥」! -일찍이 남아로 태어나 검정에 몸을 담았으나 모든 것이 부질없고 덧없음을 알았소. 그러나 이제 한 몸을 바쳐 천하와 소림을 구한다면 내게는 더없는 영광이 아니겠소. -목숨이란 언제 달아날지 모르는 덧없는 것이 아닙니까. 이 덧없는 목숨을 바쳐 한 영웅이 탄생한다면 곧 무가 유로 변하는 것이지요. 소녀는 아무런 후회 없이 기쁨으로 석존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구…웅! 터질 듯한 정적 속에서 다시 한 줄기의 웅장한 범종음이 울려퍼졌다. 그것이 신호인 듯 제석평의 뒤쪽에서 십팔나한이 단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어깨에 메고 있던 길고 투명한 수정관을 곧 단 아래에 내려놓았다. 그것을 주시하던 천오대불이 우수를 가볍게 들어 보이자 여인의 몸이 그대로 둥실 허공으로 떠오르며 스스로 관 속으로 들어갔다. 스윽……! 이내 뚜껑은 단단히 닫혀졌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 장엄한 불송이 흐르는 가운데 수정관은 조사동 안으로 사라져 갔다. 그것을 지켜보는 천오대불의 노안에 언뜻 한 줄기 눈물이 소리없이 맺혔다. ‘아미타불… 석존이시여! 부디 용서를…….’ 위대한 역사의 장을 여는 오월의 십오야는 어느새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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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라. 이틀 후 반드시 돌아오마.” 뿌연 안개가 이는 듯하더니 구양범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하지만 백검룡은 더 이상 놀라지 않았다. 극히 짧은 순간에 불과했지만 그는 어느새 구양범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어느 정도 깨달았던 것이었다. ‘그랬었구나. 형님은 능력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의 무서운 고수인 것이다!’ 왠지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 그것은 어쩌면 구양범의 능력이 자신의 능력을 능가하는 데서 비롯되는 시기심일지도 몰랐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그는 지금까지 구양범을 자신과 같은 책벌레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헌데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작은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그의 가슴 속 저 밑바닥에서 또 다른 감정 하나가 불꽃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백검룡이 난생 처음 느끼는 미묘한 감정이었다.
이제 나는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하여야 한다. 혼돈과 죄악, 그리고 죽음의 시와 절망의 노래만이 전염병처럼 만연했던 그 암울했던 시대의 이야기를……. 처절했던 피의 수레바퀴도 이제는 그 행진을 멈추었고, 모든 것은 점차 망각의 수렁으로 파묻혀 갔다. 사람들은 아무도 그 처절했던 피의 잔혹사를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그 어떤 사가(史家)도 그때의 이야기만은 무림사에 기록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이야기를 하여야만 한다. 이것은 오늘날 천하제일인이라 불리는 나의 무용담을 자랑삼아 회고하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어쩌면 자칫 방심하고 흐트러질지도 모르는 만천하 무림인들의 가슴속에 언제까지고 살아 있어야 할 불멸의 경종을 이 이야기로 대신코저 소원할 뿐이다. 정말이다. 과거와 같은 시대는 결단코 재현되지 않아야 한다. 창검과 무제한적 폭력만이 법처럼 통용되었던 그런 비극의 시대를 우리는 두 번 다시 경험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절대 잊혀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눈(雪)……. 소담스럽게 떨어져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며……. 이제 나는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하여야 한다.
황보소야! 고립무의의 신세가 된 어린 소년. “아이야, 이것을 받아라.” 창 밖을 응시하고 있던 황보소야는 급히 몸을 돌려 화락공주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에는 조그만 옥갑이 들려 있었다. 옥갑은 은은한 녹색을 띠고 있었다. “나의 생각에 너는 기연이 많은 아이다.” “…….” “운곡봉의 구신명에게 신법을 모두 전수받은 후에 뇌전봉의 사공망에게 검술을 전수받도록 힘쓰거라.” 그녀의 표정은 매우 침중했다. “그의 일천절검법과 뇌전검법은 천하제일이니라.” 말을 마친 뒤 그녀는 황보소야의 손에 옥갑을 쥐어 주었다. 그의 손에 들려진 옥갑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것이었다. “아이야, 사공망의 성격은 기이하고 괴팍했느니라. 혹 그를 만나 어려움이 있거든 그 옥갑을 보여라. 어쩌면 그와 기연을 맺을지도 모르느니라.”
“얘야, 혹시 너는 무공을 배우고 싶지 않느냐?” 무공이란 한마디에 구양준은 귀가 번쩍했다. 무공! 그것이 무엇인지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허나, 그는 전혀 할 줄을 모른다. 가끔 배우고 싶다는 충동을 절실히 느껴온 터지만 그에게 있어선 허공에 뜬 달이었다. 물론 부친인 구양영숙은 강호에서 내로라하는 일류고수였으나 나이 어린 그에게 가르쳐줄 생각도 않고 오직 학문에 몰두하도록 훈계해 왔다. 그나마 그런 부친마저 집을 떠나고 나자 구양준은 날마다 하늘에 뜬 달을 잡아 보았으면 하고 간절한 소망을 키워왔다. 늑대 같은 작자들이 집안을 거머쥔 채 발광할 때면 더더욱 그런 소망이 어린 그의 내부에서 강렬히 불꽃을 튀겼다. 실로 얼마나 배우고 싶었던 무공인가! 백발노인이 넌지시 건네 온 한마디는 나이 어린 그의 심장을 활활 불살라 놓기에 충분했다. “어르신, 방금 무공이라고 하셨지요?” 백발노인은 구양준의 태도가 의외라고 여겼던지 그를 빤히 쳐다보고는 이내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구양준은 한차례 나직한 탄성을 토해내고 넙죽 백발노인 앞에 엎드렸다. “어르신, 오늘 당장 어르신의 제자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따를 테니 부디 버리지 말아주십시오.” 백발노인의 가슴에 송곳처럼 와 닿는 간절한 애원이었다. “허허허… 녀석, 뭐가 그리도 급하냐? 매사엔 순서가 있는 법이니라. 그러니 쓸데없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
천하에서 가장 빠른 손을 가진 도박의 왕. 그는 천하를 다니며 한판의 승부를 거는 철저한 도박사다. 도왕에게는 친구가 있었다. 도왕이 도박의 왕이라면 전왕은 무공에 관한 한 천하제일의 왕이었다. 도박과 무공! 그것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짝을 이루어낸 것이다. 도왕과 전왕! 그들 두 친구는 온 천하를 자신의 도박무대로 삼아 전설적인 도박을 펼쳐 나갔다. 이 이야기는 사나이들의 도박세계를 무대로 하며 그에 얽힌 미녀들의 뜨거운 사랑……. 그리고 두 친구가 도박의 세계와 무림에서 펼쳐 나가는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우정의 대서사시이다.
“후후후……. 내가 예정보다 일찍 와 두 분이 놀라시겠지.” 생각만 해도 즐거웠다. 작년 겨울만 해도 사부와 사형, 그리고 그 자신의 생필품을 구입하러 산을 내려갔다 오는 시간이 보름은 걸렸다. 그런데 이번엔 열이틀 만에 돌아온 것이다. 사부와 사형이 보고 싶어 물건 구입을 서둔 이유도 있었지만 지난 겨울 동안 무공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물론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닫는 사형에게는 비교도 할 수가 없지만. “가만. 이럴 게 아니라…….” 무슨 생각이 불쑥 들었던 것일까? 돌연 한달음에 뛰어가려던 청년의 입가에 풀잎처럼 싱그러운 웃음이 맺혔다. 그는 가만히 짐을 풀섶 속에 숨겨놓고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초옥으로 가기 시작했다. 사부와 사형을 놀래켜 줄 생각에 그의 마음은 들떠만 가는데……. 초옥이 가까워질수록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루 두 시간 이상은 자지 않고 초원에서 오직 무공 수련만 하던 사형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청년의 몸이 경직되었다. 피! 폭풍을 만난 듯 땅은 움푹움푹 패여 있고, 그 사이로 아직 채 마르지도 않은 피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피가 이어진 곳은 사부의 방이었다. 난생처음 보는 피는 공포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와들와들……. 온몸이 거칠게 떨렸다. “사부님! 사형!” 벼락같이 몸을 날려 왈칵 방문을 열어젖힌 청년은 방 안의 정경에 일시간 굳어지다가 엎어지듯 뛰어 들어갔다. “사부님, 이게…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꿈에서도 생각지 못한 일이다. 방 안은 온통 피로 범벅되어 있었고, 그 가운데 하얀 적삼을 입은 늙은 사부가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아니 그의 눈에는 죽은 것으로 보였다. 손잡이만 보일 정도로 깊이 박혀 있는 장검은 반쯤 부러진 상태로 가슴에 박혀 있었다. 부릅떠진 그의 눈동자와 아래위턱이 대책 없이 마구 떨렸다. “이, 이것은 사형의 검인데…….” 그랬다. 언제나 보아온, 그의 사형의 손에서 단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던 검이 분명했다
“지난 삼십 년간…… 너를 위해 소림제자 일백 인은 모든 준비를 완료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혜인의 손을 움켜 쥔 자미노승의 두 손이 부르르 경련했다. 혜인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를 정시했다. 자미노승은 다시 두 눈을 스르르 감았다. 이어 그는 말할 수 없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혜인…… 너는…… 누구냐……?” 실내가 어두워졌다. 춤추던 유등의 불꽃은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먹물처럼 번져 오는 어둠 속에서 혜인의 두 뺨에 두 줄기 눈물이 흘러 내렸다. “사백조님…… 소실봉을 벗어나는 그 순간부터…… 소림제자 혜인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미노승은 웃었다. “헛허…… 나 자미성불…… 이백 년 이상을 살았으나…… 오늘…… 가장 보람되도다…….” 혜인은 자미성불의 손에 힘이 풀려 나가는 것을 느끼자 가슴이 철렁했다. “사백조님……!” “석존께서 말씀하셨느니…… 내가 지옥에…… 들어가지…… 않으면…… 누가…… 들어가리…….” 갑자기 노승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혜인은 가슴이 철렁했다. “사백조님!” “…….” 아무 대답이 없다. 침묵은 죽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므로. 순간 한 소리 격렬한 울부짖음이 혜인의 입술을 꿰뚫고 터져 나왔다. “사백조님―!” 그 날 이후 자미성불과 혜인을 보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또한 소림의 조사동에 있었던 이 한 토막의 이야기가 장차 무림천하에 얼마나 무서운 피의 폭풍을 가져올지 짐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은밀하게 퍼져 나가는 두 개의 소문. 부자가 되어 떵떵거리며 살고 싶은가? 그러면 지하검투장에서 데려가기를 기원하라. 생과 사는 반반이나, 만약 그대가 생의 패를 잡을 때에는 고생 끝남이며 남은 여생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고수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하검투장의 투사가 돼라. 살아 돌아올 확률은 전무하지만, 만약 살아서 중원무림에 나온다면 능히 백팔 고수에 들 것이다. 그것도 사십위 안에 말이다. 이것은 다만 소문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 소문이 그냥 소문으로, 흘러가는 세월 속에 파묻힐 말이 아님을 증명하듯이 오십 년 전부터 중원에 괴이한 일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에피루스 베스트 무협 소설! “너희들은 누구냐! 냉큼 정체를 밝혀라!” “무자룡! 네 부모와 똑같은 질문을 하는구나.” 흑의인은 오른손을 뒤로 쳐들더니 가볍게 한 번 흔들었다. 그 동작은 지극히 유연해 마치 작별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드는 것처럼 보였다. 무자룡은 크게 의아했으나 더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놀라운 현상이 발생했다. 한 줄기 봄바람과도 같은 기운이 몰려오더니 전신을 휘감는 것이었다. 전신의 맥이 탁 풀리고 눈앞이 아찔했다. “흐흐흐! 음화기공에 격중되면 한 시진 이내에 죽는다.” 무자룡은 힘은 없지만 분노가 실린 목소리로 외쳤다. “으음… 이 비겁한…….” “흐흐흐! 절세의 무공 앞에 죽으면서 비겁하다는 소리를 하다니… 참으로 어리석은 놈이 아닌가.” 괴인의 음성을 들으며 무자룡은 힘없이 쓰러졌다. “나를 원망할 필요 없다. 모든 게 젊고 아름다운 에미를 둔 탓이니…….” 혼미해지는 와중에서도 상대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무, 무엇이? 이 모든 일이 어머님 탓이라고? 그렇다면…….’
에피루스 베스트 무협 소설! 잠들었던 전설이 깨어난다! 무림의 운명을 짊어진 단 한 사람 「신검무황」! “황금… 동전…….” 부지불식간에 흘려내 버린 말이었다. 이어, 그의 뇌리 속을 환상처럼 스쳐가는 어떤 자아의식. 나에게 스승은 없다. 나 스스로 검법을 익히고 검식을 만들어 간다. 나의 스승은 이 세상의 삼라만상. 따라서 한 떨기 외로운 들꽃도 나에겐 더없이 귀중한 스승. 나에겐 스승이 필요치 않다. 최초로 떠오른 모종의 기억! 그러나 그것은 어떠한 감도 잡기 전에 사라져 버렸다. 용소야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황금동전을 생각한 순간 그 같은 기억들이 되살아난 것은 무엇 때문인가?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황금동전! 이것은 그가 얻은 최초의 단서였다.
“세상은 힘있는 자의 것이다. 돈의 힘이든, 아니면 권력의 힘이든…… 그것도 아니면 나처럼 무력이라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천의 눈빛에 기광이 떠올랐다. “너는 혹 운명과 숙명의 차이점을 아느냐? 숙명이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움직이는 손이고, 운명이란 자신이 움직여야 할 손이다.” 나천의 눈가가 슬며시 찌푸려졌다. 그는 궁사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꺼내는 건지 언뜻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궁사의 얼굴이 나천을 향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팽팽하게 맞부딪쳤다. “지금까지 너를 움직여 왔던 것은 너의 숙명이지만, 이제부터는 네가 운명을 만들어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당신의 운명은…….” 나천의 입에서 흘러나온 최초의 말이었다. 그는 궁사를 만난 뒤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궁사의 얼굴에 얇은 웃음이 바람처럼 매달렸다. “나는 무사의 길을 택했다.” “당신의 이름은?” 궁사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궁사! 네 이름은?” “내 이름…….” 나천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가 왠지 껄끄러웠다. 나천(拏淺). 물에 떠내려오는 것을 주웠다는 뜻이다. 그런 나천의 모습을 궁사는 한참 동안 말없이 지켜보았다.
에피루스 베스트 무협 소설! “후후후……. 내가 예정보다 일찍 와 두 분이 놀라시겠지.” 생각만 해도 즐거웠다. 작년 겨울만 해도 사부와 사형, 그리고 그 자신의 생필품을 구입하러 산을 내려갔다 오는 시간이 보름은 걸렸다. 그런데 이번엔 열이틀 만에 돌아온 것이다. 사부와 사형이 보고 싶어 물건 구입을 서둔 이유도 있었지만 지난 겨울 동안 무공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물론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닫는 사형에게는 비교도 할 수가 없지만. “가만. 이럴 게 아니라…….” 무슨 생각이 불쑥 들었던 것일까? 돌연 한달음에 뛰어가려던 청년의 입가에 풀잎처럼 싱그러운 웃음이 맺혔다. 그는 가만히 짐을 풀섶 속에 숨겨놓고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초옥으로 가기 시작했다. 사부와 사형을 놀래켜 줄 생각에 그의 마음은 들떠만 가는데……. 초옥이 가까워질수록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루 두 시간 이상은 자지 않고 초원에서 오직 무공 수련만 하던 사형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청년의 몸이 경직되었다. 피! 폭풍을 만난 듯 땅은 움푹움푹 패여 있고, 그 사이로 아직 채 마르지도 않은 피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피가 이어진 곳은 사부의 방이었다. 난생처음 보는 피는 공포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와들와들……. 온몸이 거칠게 떨렸다. “사부님! 사형!” 벼락같이 몸을 날려 왈칵 방문을 열어젖힌 청년은 방 안의 정경에 일시간 굳어지다가 엎어지듯 뛰어 들어갔다. “사부님, 이게…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꿈에서도 생각지 못한 일이다. 방 안은 온통 피로 범벅되어 있었고, 그 가운데 하얀 적삼을 입은 늙은 사부가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아니 그의 눈에는 죽은 것으로 보였다. 손잡이만 보일 정도로 깊이 박혀 있는 장검은 반쯤 부러진 상태로 가슴에 박혀 있었다. 부릅떠진 그의 눈동자와 아래위턱이 대책 없이 마구 떨렸다. “이, 이것은 사형의 검인데…….” 그랬다. 언제나 보아온, 그의 사형의 손에서 단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던 검이 분명했다.
에피루스 베스트 무협 소설! 한 시대는 오직 한 명의 영웅만을 필요로 한다. 한 시대에 두 명의 영웅이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강과 약은 누르고 눌리며 조화를 이룰 수 있으나, 강과 강은 결코 조화를 이룰 수 없다. 타협 또한 있을 수 없다. 강과 강은 그저 서로 부딪쳐 깨질 뿐이다. 그는 늘 빛이었고, 나는 늘 어둠이었다. 그는 늘 일인자였으되, 나는 늘 이인자였다. 그러나 나는 정말이지 한 번도 일인자의 권좌에 오르고자 마음먹은 적은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가 일인자라면 나는 언제까지고 이인자의 자리에 만족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나의 친구였으니까.
인간이 지닌 慾望의 限界는 어디인가? 生老病死의 解脫인가? 아니면 富貴와 名譽를 얻음인가? 여기…… 大陸의 天權을 한손에 넣기 위해 惡魔에게 靈魂을 판 사나이가 있었다. 白劍龍. 움켜쥔 칼 끝에서 흘러내린 핏방울이 목련의 봉오리를 붉게 물들이면서, 九萬里 대륙은 風雲에 휩싸이는데…… 맛보기 * 제1장 기분 좋은 밤 [1] 지금으로부터 오천 년 전(五千年前). 무림의 원조(元祖)라고 할 수 있는 정사의 양대지존(兩大至尊)이 연기처럼 이 땅에서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후 일백년(一百年)을 주기(週期)로 하여 장장 사천 년 동안 역대(歷代) 정사의 양대지존이 연이어 실종되기 시작했다. 당시 천하(天下)는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으나 결과는 무위(無爲)로 끝나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정확히 팔십 명에 이르는 양대지존이 사라진 이후부터 더 이상의 실종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금으로부터 일천 년 전의 일이었다. 흐르는 세월이 모든 것을 덮는다고 했던가? 현금(現今)에 이르러 석년(昔年)에 발생했던 정사양대지존(正邪兩大至尊)들의 실종사건은 영원히 미궁(迷宮)에 빠졌을 뿐만 아니라 서서히 세인들의 뇌리 속에서 망각되어갔다. 하지만 이 괴사는 결코 망각되어질 수가 없었다. 무엇때문인가? 바로 무림의 성서(聖書)라고 일컬어지는 만상천서(萬像天書)의 서두에 이에 대한 전설과도 같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만상천서에 기록된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불사천불총(不死天佛塚). -유유구천마궁(幽幽九天魔宮). 일명(一名) 천상천불지심마궁(天上天佛地深魔宮)이라고 불리우는, 정도무림 최대의 성역(聖域)인 불사천불총은 사천 년에 걸친, 역대 천하최강정도지존(天下最强正道至尊)들의 무덤이다. 불사천불총에는 정도무림의 일세지존(一世至尊)으로 군림했던 정도대지존(正道大至尊)들의 일신절학(一身絶學)을 비롯해서 상상(想想)을 깨뜨리는 절대초극(絶代超極)의 광세신공(曠世神功)이 비장(秘藏)되어 있다. 유유구천마궁(幽幽九天魔宮). 이곳은 역대 천하최강사도지존(天下最强邪道至尊)들이 죽음 직전에 반드시 찾아갔던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 찾아간 사도지존(邪道至尊)들은 자신의 무공(武功)을 모조리 그곳에 남겨두고 죽었다. 따라서 그 곳에는 인류의 최후를 몰고올 수 있는 초강사공(超强邪功)과 마공(魔功)
에피루스 베스트 무협 소설! 천하에 괴상한 인물이 어디 하나 둘인가? 그런 인물 중에는 천하에 이름을 날린 인물들도 허다하였다. 무영야제 야운. 그의 특징 가운데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이 훔쳐갈 물건을 사전에 통보하고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작업(?)을 끝마치는 대도 중의 대도라는 점이다. 천하에서 그가 노렸던 물건을 손아귀에 움켜쥐지 못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것이 무공비급이든 절세기보이든 아니면 고금의 신병이든 그가 원하는 것은 모조리 손에 넣었다. 게다가 그 물건을 소유한 상대가 부호이건, 무림의 세력이건 그도 아니면 황궁이건 어느 곳 하나 거칠 것이 없었다.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던 보물을 잃어버린 자들이 어찌 그를 가만히 두었겠는가? 수백 명의 무림인들이 저마다 무리를 지어 무림을 종횡하였고, 황궁에서도 수천 명의 황군이 그를 잡고자 무림으로 쏟아져 나왔다. 허나 야운의 절묘한 역용술과 경공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바, 누구 하나 야운의 옷자락이라도 보았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 동안 야운이 모았던 재물의 양은 한 나라를 세우기 충분한 양이었다. 게다가 그가 모았던 무공비급의 분량 역시 서너 개의 문파를 개파할 수 있을 정도였다. 수십 년 동안 야운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무림인들은 그가 집마부에 잠입했다가 죽음을 당했다고 생각하였다. 그 일은 곧 세인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신비스럽게만 느껴졌던 야운의 전설이 장차 무림에 풍운을 몰고 올 전조가 될 줄이야, 그 누가 짐작할 수 있었겠는가?
에피루스 베스트 무협 소설! “너희들은 누구냐! 냉큼 정체를 밝혀라!” “무자룡! 네 부모와 똑같은 질문을 하는구나.” 흑의인은 오른손을 뒤로 쳐들더니 가볍게 한 번 흔들었다. 그 동작은 지극히 유연해 마치 작별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드는 것처럼 보였다. 무자룡은 크게 의아했으나 더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놀라운 현상이 발생했다. 한 줄기 봄바람과도 같은 기운이 몰려오더니 전신을 휘감는 것이었다. 전신의 맥이 탁 풀리고 눈앞이 아찔했다. “흐흐흐! 음화기공에 격중되면 한 시진 이내에 죽는다.” 무자룡은 힘은 없지만 분노가 실린 목소리로 외쳤다. “으음… 이 비겁한…….” “흐흐흐! 절세의 무공 앞에 죽으면서 비겁하다는 소리를 하다니… 참으로 어리석은 놈이 아닌가.” 괴인의 음성을 들으며 무자룡은 힘없이 쓰러졌다. “나를 원망할 필요 없다. 모든 게 젊고 아름다운 에미를 둔 탓이니…….” 혼미해지는 와중에서도 상대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무, 무엇이? 이 모든 일이 어머님 탓이라고? 그렇다면…….’
[본 작품은 단행본 을 연재용으로 재편집, 교정한 개정본입니다.] 시대가 원하는 영웅의 운명을 타고난 두 사내. 그러나 한 시대는 두 영웅은 공존할 수 없는 것. 영웅의 이름 앞에 두 사내의 견고한 우정은 허공중에 흩어지는데... 스스로 이인자이길 자처한 사내, 야우혈랑(夜雨血狼) 설유흔(雪幽痕). 그는 밤비 속을 홀로 헤매이던 고독한 늑대. 우정을 배반당한 그 밤, 고요히 잠들어 있던 그의 분노가 깨어났다! 설유흔은 불현듯 무엇인가 가슴 밑바닥에서 맹렬히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여태껏 누구에게도 느껴 본 적이 없는 강렬한 분노가 타올랐다. 그리고 그 분노는 한순간 믿을 수 없을 만큼 절실한 삶에의 욕망으로 뒤바뀌었다. '사는 거다! 시궁창에 버려져 구정물을 먹고 살아온 것도 억울한데, 한낱 기르는 개로, 버려진 개의 인생으로 끝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의 가슴 속에서 또다시 똑같은 말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살아야 한다!'
지배자(支配者). 이것을 꿈꿔 온 자, 천지창조 이후 수천만이리라. 그러나 그리되기 위해서는 자격이 있어야 한다. 절대(絶代)의 세력(勢力)! 극강(極强)의 무학(武學)! 최고(最高)의 지략(智略)! 그리고 불길 같은 야망(野望)! 바로 그런 것들이다. 물론 지배자를 꿈꿔 온 사람은 많았지만 그 모든 자격을 지닌 사람은 없었다. 달마(達磨)는 야망이 없었고 영세무적(永世無敵)의 고혼유찰(孤魂幽刹), 그에게는 지략이 없었다. 희대의 박학(博學) 천뇌공(天腦公)에게는 무학이 없었으며, 고금제일의 살수 한천귀영(寒天鬼影), 그에게는 세력이 없었다. 그런데 오백 년 전! 이 모두를 갖춘 세력이 출현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자그마치 열 개의 세력이!
이 땅에 악마가 탄생할 때, 하늘은 신인을 태어나게 한다! 고월 무협 장편소설 「신검성」! 석씨 가문의 후손들은 선천적으로 몸이 허약하여 도무지 서른 살을 넘도록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열 살만 되면 전신이 온통 수염과 털로 뒤덮이고, 스무 살이 되면 그 수염과 털이 희끗희끗 세어지며 서른 살이 가까워지면 완전히 호호백발의 노인이 되어 죽어 버리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무슨 짐승처럼 멀리하고 천대하며 멸시했다. 신에게서 철저히 버림받은 저주의 가문. 그것이 석씨 가문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눈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더욱 가슴 저미도록 슬픈 것은 석씨 가문의 사람들이 바보스러울 만큼 착하고 어진 심성을 지녔다는 사실이었다. 조금씩… 조금씩… 석씨 가문의 후손들은 그 숫자가 줄어들어 갔다. 삼백 년 전, 돌연 석씨 가문은 살아남은 마지막 후손들을 데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을 찾아 떠나 버렸다. 그들이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던 누군가 물었다. -사람들이 당신들을 냉대하고 멸시하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오? 석씨 가문의 한 소녀가 대답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우리들은 다만 살아남기 위해 도망을 치고 있을 뿐이에요. 그 사람은 또 물었다. -도망이라니? 그럼 누군가 당신들을 죽이려고 달려오고 있기라도 한단 말이오? 소녀는 웃었다. 몹시도 슬프게 웃어 보이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요. 그들은 우리 석씨 가문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달려오고 있어요. 믿기 어려우시더라도 믿으셔야 해요. 신은 우리 가문에게 거역할 수 없는 저주와 더불어 앞날을 내다보는 신비한 힘도 주셨으니까 말이에요. 그 때가 언제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다만 그들은 신이 우리 가문에 내려준 저주보다 몇 곱절 되는 하늘의 형벌을 온 세상 사람들에게 안겨 줄 것이라는 사실만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수수께끼 같은 소녀의 말과 함께 석씨 가문은 중원에서 사라졌다.
한 아름다운 중년미부의 초상화가 그윽이 미소 띤 얼굴로 걸려 있었다. 바로 추성대부인 모용상하, 그녀의 초상화였다. 검운강, 그는 오랜 시간을 앉아서 묵묵히 의모 모용상하의 초상화를 응시하고 있었다. 문득, 검운강은 초상화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툴툴 나직한 웃음을 흘렸다. “빌어먹을! 이젠 그야말로 완벽한 외톨이가 되고 말았어…….” 검운강은 쓸쓸한 독백을 이었다. “가문을 등지고 여기에 보내지는 순간 네 운명은 이미 정해졌던 거다, 검운강! 그러나…… 난 운명 따위에 순종하고 싶지는 않거든.” 자신에게 말하고 자신이 대답한다. 검운강의 두 눈이 깊숙이 젖어들었다. “나의 친부모님께서도…… 의모께서도 내가 가문의 일을 철저하게 잊어 주길 원하셨지…… 그리고 대상가의 후예로서 일생을 마치기를 원하셨다.” 검운강은 언뜻 긴 회상에 잠겨 들었다. 연기처럼 망막 속에 피어 오르는 그 추억의 파편들을 보며 검운강은 소리 없이 탄식했다. “그러나 나는 결코 잊을 수가 없었기에 결심을 했지…….” 검운강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언젠가 내가 완벽한 외톨이가 되는 순간 아버님이 이루지 못한 일을 시작하기로.”
잃어버린 과거를 지닌 기이한 운명의 소년! 스스로 이름을 버린 단목검하 검무혼 「지옥전사」! 그대……. 무엇을 원하는가? 천하를 원하는가? 두드리면 열리리라. 취하라! 천하의 주인이 되리라. 명예를 원하는가? 취하라! 홀로 만인 위에 우뚝 서리라. 부를 원하는가? 취하라! 천하를 덮을 황금이 네 품안에서 넘치리라. 사랑을 원하는가? 취하라! 언제나 사랑으로 충만하리라. 또 무엇을 원하는가? 모든 것을 원하는가? 욕심도 많구나. 허나, 취하라! 원하는 모든 것이 바로 네 것이 되게 하리라. 야망의 이름으로…….
“사부?” “뭐냐?” “저 관 속에 들어 있는 무림마녀 반야음이라는 여자는 도대체 어떤 여자입니까?” “그것이 알고 싶으냐?” “푸흣!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으면 정도무림인들은 물론 마도무림의 악명 높은 인간들까지 죽이려고 그 안달을 하는지 몹시 궁금합니다.” “알려고 하지 마라.” “왜요?” “그녀를 알려 하는 것은 죽음을 재촉하는 일일 뿐이다. 지금까지 그녀를 만나고 살아남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부를 제외하고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로 인해 죽었다. 특히 너 같은 청년은 그녀에게 눈길을 던지는 순간 죽었다.” “그런데 왜 사부는 반야음을 죽이지 않았습니까?”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 사부 또한 그녀를 꺾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녀를 죽일 수는 없었다.” “반야음이 그렇게 대단한가요?” “지금이라도 그녀가 이 관을 뛰쳐나온다면 이제 이 사부도 그녀를 당할 수 없다. 그래서 사부는 그녀가 영원히 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도록 특수한 관을 만들어 그녀를 가두어 버린 것이다.” “궁금한 것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또 뭐냐?” “기련산 무개애의 천기동부까지 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곳에 가면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