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갖고 있는 공주 자설란과 그보다 더한 비밀을 마음속에 품은 사내 최지환. 유일무이한 부마 후보를 처음 만난 날, 그녀는 생각했다. ‘저이가, 사람이 맞나?’ 사내다운 굵은 눈썹에, 서늘하지만 강직해 보이는 눈매, 그리고 오똑한 코까지. 나쁘지 않은 혼사라 생각했다. “저는 저주받았습니다.” 그가 그런 말을 하기 전까지는! “혹 당신이 내게 하려는 말이 모든 걸 그만두자는 말이라면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헛소리하면 묶어놓고서라도 그 저주, 풀 생각이니까.” 저주에 걸린 사내와 그 저주를 풀려는 여인. 가시넝쿨처럼 얽히고설킨, 숨겨졌던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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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灼熱)하는 통증을 준 저주스러운 핏줄에게 사랑한다 말하기까지 려환이 흘려보낸 밤은 길고도 길었다. 서라국이 폭정과 폭압으로 망하고 새로 세워진 려국의 세 번째 왕, 려환. 그에게 서화는 언제나 마음 한 켠이 불편해지는 존재였다. 직접 손쓰진 않았지만 뒤에서 멸망하도록 부채질한 나라의 마지막 남은 황족. 십여년간 홀로 떠돌게 했고, 어디에도 뿌리박지 못한 채 외로움을 삼키게 했다. 그녀의 외로움은 제 괴로움과 맞닿아 있으니, 그는 서화에게 사과할 수도, 서화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었다. “이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고 그럼에도, 라고밖엔 표현할 수가 없어.” 망국의 마지막 공주, 류서화. 청룡이라는 생에 단 하나 남은 짐을 떠나보내고 훌훌 떠나려 했건만 눈에 밟히는 이의 그림자는 길게도 늘어서 기어코 서화의 발목을 잡았다. 서화에게 그는 은인의 아들이자 동시에 원수의 아들이다. 세상은 이를 두고 애증이라 부른다지만, 빠르게 변하는 마음은 무어라 정의 내려야 좋을까. “그럼 전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어긋나던 마음은 어느 순간 교차한다. 진부하게도,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 위에서.
“어중간한 명분은 선례를 만들 것이다. 선왕의 유지를 왕이 깰 수 있다는 선례. 허니 내게 누구하나 반박할 수 없는 강한 명분을, 용왕을 다오.” 선왕의 유지를 뒤집기 위해, 진가에게 빼앗긴 것을 되찾기 위해 유가를 찾은 예 현원. 태초에 수신(水神)이 왕가를 수호하라 제 수족을 보내었으니, 그것이 유가의 시초라. “유가는 왕가를 위해 존재합니다, 전하. 전하께 수룡을, 민심을 드리겠나이다.” 10년의 세월을 돌고 돌아 다시 왕의 옆에 선 여인, 유 청. 수신(水神)이 성난 왕에게 화를 입어 수화(水禍)라 이름 붙여진 그날은 예국에서 유일하게 왕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유가가 몰락한 날이었다. 그리고…… 10년 만에 인연은 다시 이어진다.
9년간 반복된 빙의의 규칙이 깨진 건, 어느 날 좋은 가을이었다. 9년간 세르비아의 몸에 빙의한 유소연과 돌리아르의 황제, 오웬. 온화한 관계가 깨진 것은 소연이 떠나겠다 말한 날이었다. 화창해 눈부신 날, 오웬은 제게 뻗어진 손에 얼굴을 부비며 울었다. “걱정이 돼, 비이. 나는 이토록 약하고, 또 약해서 네가 없으면 그때처럼 죽을 때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오웬은 깨달았다. 그녀를 잡을 수 있다면, 동정이라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어쩐지 비참한 기분으로 시선을 들었다. 그녀의 붉은 머리칼이 눈앞에서 노을처럼 번졌다. 아름다운 머리칼, 아름다운 눈. 나를 떠나려는― 그럼에도 아름다운 나의 비이. 속이 울렁거린다 생각하며, 오웬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블랙드래곤이라면 날 한입에 집어삼키겠지.” 발갛게 물든 오웬의 눈가에, 온기가 스쳐 갔다. 굳은살이 박인 손이었다. 오웬의 눈이 커졌다. 그의 시선이 위로 들려 자신 쪽으로 상체를 숙인 이를 온전히 비춰냈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벅참에 그의 미간이 엉망으로 구겨졌다. “폐하. 폐하, 절 보세요.” “응.” “제가 여기 있습니다.” “응.” “제가…….” 망설이듯 다물린 입술과는 달리 오웬을 바라보는 눈에 망설임은 없었다. 오웬은 저를 비추는 눈을 황홀한 듯이 바라봤다. “있어 줄 테지, 네가. 내 곁에.” 단정하는 오웬의 말에 한참을 망설이던 입이 뱉으려던 한숨을 삼켰다. “예. 제가 있겠습니다, 폐하.” 오웬은 이번에야말로 터지려는 눈물을 참기 위해 애를 써야만 했다. 자신은 역시 미친 게 분명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넓은 집무실 안에 앉아 있으면서 설산을 볼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러나 그는 설산을 보고 있었다. 어둑하다 못해 음습했던 동굴 속에서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던 새하얀 설산을. 그리고 그 설산을 등진 채 자신만을 바라보던 그녀를. 사방이 흰 세상에서, 오직 저 홀로 붉게 타오르던 그녀를. “제가 지켜 드리겠습니다.” 그 한마디에 오웬은 웃었다. 마치 세상을 가진 것 같은 웃음이었다.
첫 번째 삶, 가문의 몰락과 함께 죽음을 맞이한 로드잔느는 다음 생에는 자신의 사람을 지키겠노라 다짐하였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 삶 모두 실패하고 만다. 그리하여 네 번째. 기억을 잃은 채 로드잔느는 또다시 회귀하게 된다. 기억을 잃은 그녀는 평범한 삶을 살고자 하나 벌어지는 사건은 점점 그녀를 궁지로 모는데…….
소설 에 시엘라로 빙의된 유나. 그런데 자신이 알고 있던 내용과 다르게 흘러가는데. 결혼이라고?! 소설 속 악역 카일과 결혼을 하게 된 유나. 달라진 내용에 당황한 그녀는 도망을 결심한다. 해피 엔딩의 끝은 정말 해피 엔딩일까? 미처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6개월 뒤에 제국은 멸망해.” 이른 새벽, 초대한 적 없는 제국의 황자가 제 집에 쳐들어와 검을 겨누며 말했다. “누가 그런 극악한 짓을 저지르는지는 아시고요?” 클로이의 질문에 레이븐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너.” “예?” “네가, 이 제국을 멸망시킨다고.” 덤덤히 뱉어내는 말은 지독히도 비현실적이었다. 그렇기에 클로이는 확신했다. 제 첫사랑이자 짝사랑이 요정가루에 중독된 게 분명하다고.
[독점연재] 몰락 귀족 영애로 가문의 막대한 빚을 갚고 있는 제인에겐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바로 요즘 가장 핫한 로맨스 소설 작가라는 것! 정체를 숨긴 제인을 찾아낸 건, 이안 힉스턴 공작이다. “나중에 딴소리하면 죽여 버릴 거야, 당신.” 제인은 자신의 계획을 위해 소설을 쓰라는 이안의 제안을 끝내 수락하고 만다. 차마 거절하기엔 너무나 달콤한 금액이었기에! “이안, 부탁인데 로맨스 안 읽어본 티 좀 그만 낼래요?” “제인.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 같은데. 난 연애를 못한 게 아니야. 안 한 거지.” 같은 집에서 동거하며 서로를 의식하고, 묘한 감정을 키워나가는 두 사람. 연애를 글로 배운 여자와 연애를 글로조차 배우지 못한 남자. 글로 배운 로맨스는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로코 #약개그물 #선동거후연애 #연애고자남주 #다정남 #능글남 #계략남 #능력녀 #쾌활발랄녀 #채권자남주 #채무자여주 #연애를 글로 배운 여주 #연애를 글로도 배우지 못한 남주
로판 경력 1n년 차. 거울 속 미녀와 마주한 겨울은 단숨에 깨달았다. 이건 빙의다! 남들은 빙의하면 잘 먹고 잘 산다는데, 겨울은 그럴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김치와 떡볶이 없는 세상에서 살라니. 핸드폰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란 말인가? 돌아갈 방법을 모르니 일단 남주부터 찾아보려고 했는데. “언제까지 그런 덜떨어진 연기를 계속할 생각이지, 윈터.” 처음부터 쉽지가 않다. 아니, 윈터가 내가 맞긴 한데. 영혼은 다른 사람이거든요? 혹시 빙의라고 들어는 봤니? 억울함을 호소해도, “그대가 무슨 짓을 벌일 줄 알고? 내 눈앞에, 내가 감시할 수 있는 곳에 있어.” 싸늘한 말만 돌아온다. 상대는 싸가지 없는 성격에 거침없는 입담. 그리고 금발벽안의 기사님. "여기 흑발에 세상 혼자사는 것 같은 북부 대공 없어요?" 겨울은 확신했다. 내 남주가 이런 금발 미남일 리는 없다고.
모든 것에는 천적이 있기 마련이다. 뱀파이어에게 천적은 인간 속에 교묘히 숨어든 독이었다. 마주친 순간 운명은 결정된다.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치고 숨결이 뒤섞인 그 찰나. 피할 곳도, 방법도 없이 뱀파이어는 달큰한 피를 갈망하고, 독은 고결한 희생에 대한 충동과 함께 뱀파이어에게 저를 바치려 한다. 수백 년, 어쩌면 수천 년간 이어져 온 견고한 관계. 죽음으로 이어진, 절대적이라 여겨진 관계는― 서무진이 유세연을 만난 순간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원한다면, 언제든 죽어줄 테니까." 그러니 살아. 나직이 속삭이는 목소리에 세연의 입꼬리가 떨렸다. 웃는지 우는지 모를 표정으로 그녀는 답했다. 당신― 죽고 싶어서 날 살려두는 거라면서요? 지금 그 말, 앞뒤가 안 맞는다는 거 알긴 해요?
“엘리나, 당신께 계약을 제안하려 합니다. 그 누구와 결혼한다 한들 이보다 좋은 조건은 없을 겁니다.” 꿈을 위해 엘리나는 계약결혼을 택했고, 결혼생활이 원만하지 못하리라는 건 예상했다. 그런데, 거대한 저택이 새장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왜 그는 먼저 계약 운운했으면서 지나치게 나의 외출을 신경 쓰는 걸까? “당신…… 혹시 나 좋아해요?” 답답함에 미친 척 던진 말에, “티, 가 많이 납니까.” 에드워드는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감추려 노력했는데 티가 났다면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그를 보며 멍하니 생각했다. 티가 나긴 개뿔. ‘이 남자 미쳤나 봐…….’ 티가 너무 안 났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 에드워드가 바란 것은 오직 하나뿐이다. 엘리나의 행복과 안전, 그녀의 삶이 풍요롭기를. 제가 피를 뒤집어쓰는 한이 있더라도. 그러나 미래에서 온 아이는 그 무엇보다 에드워드가 두려워한 미래를 선고한다. “아빠, 엄마는 죽어요.”
‘아니…… 단장은 놔두면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손 한번 못 잡아볼 것 같으니까 그러죠.’ 연애고자 상사를 위해 기사들이 뭉쳤다! 삼 년간 짝사랑만 해온 에드가, 그 깊어가는 짝사랑을 눈치조차 채지 못한 로렐리아. 둘을 이어주기 위한 기사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된다. “아, 누가 식사를 먼저 하냐고! 이 데이트의 ‘D’자도 모르는 놈아!” “요새 차랑 식사를 같이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얼마나 많은지 네놈이 모르는 거지! 너야말로 데이트를 해본 적이 있긴 하냐!” “두 놈 다 연애는 태어나서 지금껏 한 번도 못해봤으면서 뭘 그렇게 자랑이야, 자랑이!” ……시작될……까?
셴 왕국의 유일한 후계자, 소리아 공주. 마법사의 저주로 닭이 되어 버린 지, 백 년. 드디어 그녀에게도 구원의 빛이 찾아온다. ‘누가 왔어. 누가 왔다고! 드디어 영웅이 온 거야!’ 문고리가 돌아가고 드디어 문이 열렸다. 그리고……. “……닭?” [용사여, 어찌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것인가!] “경! 칼을 주게. 저주받은 닭의 목을 쳐야겠어.” 엉켜 버린 첫 만남. 그들은 무사히 저주를 풀 수 있을 것인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깨발랄 공주와 연애고자 황제의 좌충우돌 로맨스!
모든 것에는 천적이 있기 마련이다. 뱀파이어에게 천적은 인간 속에 교묘히 숨어든 독이었다. 마주친 순간 운명은 결정된다.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치고 숨결이 뒤섞인 그 찰나. 피할 곳도, 방법도 없이 뱀파이어는 달큰한 피를 갈망하고, 독은 고결한 희생에 대한 충동과 함께 뱀파이어에게 저를 바치려 한다. 수백 년, 어쩌면 수천 년간 이어져 온 견고한 관계. 죽음으로 이어진, 절대적이라 여겨진 관계는― 서무진이 유세연을 만난 순간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원한다면, 언제든 죽어줄 테니까." 그러니 살아. 나직이 속삭이는 목소리에 세연의 입꼬리가 떨렸다. 웃는지 우는지 모를 표정으로 그녀는 답했다. 당신― 죽고 싶어서 날 살려두는 거라면서요? 지금 그 말, 앞뒤가 안 맞는다는 거 알긴 해요?
모든 것에는 천적이 있기 마련이다. 뱀파이어에게 천적은 인간 속에 교묘히 숨어든 독이었다. 마주친 순간 운명은 결정된다.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치고 숨결이 뒤섞인 그 찰나. 피할 곳도, 방법도 없이 뱀파이어는 달큰한 피를 갈망하고, 독은 고결한 희생에 대한 충동과 함께 뱀파이어에게 저를 바치려 한다. 수백 년, 어쩌면 수천 년간 이어져 온 견고한 관계. 죽음으로 이어진, 절대적이라 여겨진 관계는― 서무진이 유세연을 만난 순간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원한다면, 언제든 죽어줄 테니까." 그러니 살아. 나직이 속삭이는 목소리에 세연의 입꼬리가 떨렸다. 웃는지 우는지 모를 표정으로 그녀는 답했다. 당신― 죽고 싶어서 날 살려두는 거라면서요? 지금 그 말, 앞뒤가 안 맞는다는 거 알긴 해요?
피식자는 때로 포식자의 주인으로 군림하기도 하는 법이다. 뱀파이어와 인간. 먹고 먹히는 관계가 뒤집힌 순간 포식자는 먹이에 불과했던 존재를 다르게 인식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본능 속 깊이 내재된 생존전략. 그걸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각인하지 않았어도 내가 널 사랑했을까?” 도서아는 그 질문에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뱀파이어 청정국에서 십 년간 뱀파이어팀 팀장으로 일한 경력이 무색할 정도였다. 대한민국 최초 뱀파이어, 운명이라 일컬어지는 각인, 그리고 목줄을 쥔 보인자. 자신을 설명할 말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개중 사랑은 없었으므로. “진짜가 아니라고 그 감정이 사라져요? 백도현 씨, 어리석은 짓 하지 말아요.” “확인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의심하겠지. 비슷한 일이 또 생기면 또 의심할거고, 그럼 같은 일이 반복될 거야.” “그래서 그걸 쓰겠다고요? 검증되지도 않은 약을?” 백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뱀파이어가 된 남자는 여전히 이것을 사랑이라 말하고 싶었다. 사랑이 아니라면 너무도 비참할 것 같았다. 확신하지 못하는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한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하면 반려를 주마. 네게, 온전한, 반쪽을 주마, 외로운 늑대야.] 맹약은 오백년이 흘러 쇠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눈을 돌린 늑대의 앞에 그녀가 나타난다. “저를 보십시오. 불행해 보입니까? 물론 과거는 좀 불행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전 지금 목표가 있습니다. 같이 그것을 이룰 이들도 있죠. 보세요. 당신의 선택은 절 불행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손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기 위해 움직이는 여인, 호 시연. “그렇게라도 부르지 않으면, 속에서 들끓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서 나는 결국 미칠지도 몰라. 반쯤 미친 채로 자격 없는 황비의 손을 잘라서라도 옥새를 빼앗을 게 분명해.” 맹약과 제 감정 사이에서 손을 뻗는 늑대신, 랑 키안. “그렇다면, 내 옆에 있어요. 나는 당신의 옆에 있어줄게요.”
9년간 반복된 빙의의 규칙이 깨진 건, 어느 날 좋은 가을이었다. 9년간 세르비아의 몸에 빙의한 유소연과 돌리아르의 황제, 오웬. 온화한 관계가 깨진 것은 소연이 떠나겠다 말한 날이었다. 화창해 눈부신 날, 오웬은 제게 뻗어진 손에 얼굴을 부비며 울었다. “걱정이 돼, 비이. 나는 이토록 약하고, 또 약해서 네가 없으면 그때처럼 죽을 때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오웬은 깨달았다. 그녀를 잡을 수 있다면, 동정이라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어쩐지 비참한 기분으로 시선을 들었다. 그녀의 붉은 머리칼이 눈앞에서 노을처럼 번졌다. 아름다운 머리칼, 아름다운 눈. 나를 떠나려는― 그럼에도 아름다운 나의 비이. 속이 울렁거린다 생각하며, 오웬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블랙드래곤이라면 날 한입에 집어삼키겠지.” 발갛게 물든 오웬의 눈가에, 온기가 스쳐 갔다. 굳은살이 박인 손이었다. 오웬의 눈이 커졌다. 그의 시선이 위로 들려 자신 쪽으로 상체를 숙인 이를 온전히 비춰냈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벅참에 그의 미간이 엉망으로 구겨졌다. “폐하. 폐하, 절 보세요.” “응.” “제가 여기 있습니다.” “응.” “제가…….” 망설이듯 다물린 입술과는 달리 오웬을 바라보는 눈에 망설임은 없었다. 오웬은 저를 비추는 눈을 황홀한 듯이 바라봤다. “있어 줄 테지, 네가. 내 곁에.” 단정하는 오웬의 말에 한참을 망설이던 입이 뱉으려던 한숨을 삼켰다. “예. 제가 있겠습니다, 폐하.” 오웬은 이번에야말로 터지려는 눈물을 참기 위해 애를 써야만 했다. 자신은 역시 미친 게 분명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넓은 집무실 안에 앉아 있으면서 설산을 볼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러나 그는 설산을 보고 있었다. 어둑하다 못해 음습했던 동굴 속에서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던 새하얀 설산을. 그리고 그 설산을 등진 채 자신만을 바라보던 그녀를. 사방이 흰 세상에서, 오직 저 홀로 붉게 타오르던 그녀를. “제가 지켜 드리겠습니다.” 그 한마디에 오웬은 웃었다. 마치 세상을 가진 것 같은 웃음이었다.
천재 마법사 엘레노어. 약소국의 대마법사이자 공작인 그녀를 포섭하기 위해 제국에서 사람이 오자, 그녀는 엄마가 죽었던 그날부터 준비해 온 시간 마법을 발동했다. 24년을 거슬러 과거로 온 엘레노어는 엄마를 찾아 나서지만, 모든 게 낯선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제국의 공작 리암 템페리온. 그러나 엘레노어가 사는 미래엔 존재하는 않는 가문이었다. 비어버린 정보. 엘레노어는 과거의 진실에 다가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