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했어? 아니, 원래 길은 한길로 통해. 설사 잘못 들어섰다 해도, 언제든 유턴은 가능한 법이야. 그냥……내 집에서, 우리가 함께 있었던 집에서 같이 있어 주기만 해.” 거래에 의해 시작한 결혼생활. 차가운 듯하지만 배려심 깊은 남자 건우를 사랑하게 된 서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처럼, 며칠에 한 번씩 어쩌다 마주치면 되는 남자일 뿐이라고만 여겼는데 그가 마음에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건우의 마음이 다른 여자에게 있다고 생각한 서란은 마침내 3년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으려 하지만, 건우는 그녀를 놓칠 수 없었다! [본 작품은 전체이용가로 재편집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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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기억합니까?” 무혁이 먼저 알은체를 했다. 나윤이 자그맣게 숨을 삼키는 게 보였다. “네. 기억력이 좋은 편입니다.” “그럼 이나윤 씨 눈치는 어때요? 비서란 센스가 있어야 하는 직업인데.” “그것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여태껏 눈치 없다는 소린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 내가 이나윤 씨를 채용하지 않을 거라는 것 정도는 눈치로 알겠군요.” 실망과 당황, 그게 보고 싶었던 걸까? 이나윤의 반응을 기대하면서 무혁은 모래처럼 건조한 목소리를 흘렸다. “말씀하신 것과는 반대로 채용하실 거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왜입니까?” “상사에 관한 건 그 어떠한 것도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는 비서의 철칙 때문입니다.” “채용하지 않으면 시운그룹 후계자가 어떻더라, 떠벌리고 다니겠다는 소린가요?” “그건 아닙니다.” “이래도 아니고 저래도 아닌 이유는?” “비서로 채용하실 거라고 짐작한 이유는 본부장님의 철두철미한 이성적 판단이 작용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를 믿지 않으실 테니까요. 본부장님께서 지니신 자존심과 노파심이 혹시나 이나윤이라는 여자가 본인의 일을 떠벌리고 다니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을 테니, 곁에서 지켜보자 싶은 심산이 더 크리라고 판단했습니다.” 나윤은 거기까지 말한 후 잠시 입을 다물고 무혁의 눈동자가 무감각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느릿하게 움직이는 검은 눈동자에 어떤 빛도 담겨 있지 않았다. 속을 들여다보기 힘든 타입이었다.
열아홉, 풋풋했던 시절. 윤수에게 재백은 도망치고 싶던 빡빡한 삶에 아주 잠깐 꾸었던 춘몽 같은 거였다. 현실에 지친 자신과 달리 꿈을 향해 질주하는 재백이 싫으면서 좋았다. 그래서 그의 고백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꺼져.” 그런데…… 그 김재백을 인터뷰해야 한다고? 서른 살, 삶의 무게도 덤덤해진 현재. 스포츠 전문 잡지 기자 7년 차. 잊고 있던 메이저리거 김재백과의 재회. “아직도, 여전히, 지금도…… 내가 널 좋아하면 어쩔 건데?” 직진밖에 모르는 야한 고슴도치 한 마리가 윤수의 심장을 향해 뜨겁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7년 전부터 욕심났어요.” 몰랐을 거라는 듯 말하는 시준의 목소리와 얼굴에 욕정이 숨김없이 드러났다. 7년 전 그의 앞에서 폴짝거리던 한태경만 보면 허리 아래가 이렇게 빳빳하게 달라졌다는 듯 시준이 노골적으로 그녀의 아랫배에 남성을 비벼 댔다. 딱딱하게 배를 찔러 오는 물체에 태경의 숨이 불규칙하게 흘렀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관능이 목을 꽉 채워서 숨을 편히 내쉬는 것조차 어려웠다. 전면이 탁 트인 테라스인데도 공기가 없는 것처럼 호흡이 어려웠다. “그런 내가 미국에서 얼마나 이상한 상상을 했는지 알겠어요?” 꿀꺽. 마른침을 삼킴과 동시에 코에선 엉킨 숨이 흘러나왔다. 시준의 눈동자 속에 담긴 열기와 말로 내뱉은 실제 그의 욕망이 너무 짙어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당신의 손을 잡아 이끌고.” 시준이 그녀의 손을 잡고 테라스를 벗어났다. 원룸 안으로 들어선 그가 단숨에 침대까지 그녀를 이끌고 가더니 또다시 입을 열었다. “이렇게 침대와 내 몸 사이에 가두어 눕히고.” 바짝 다가서며 몸을 겹친 시준의 몸에 밀려 태경이 침대 위로 쓰러지듯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 그녀의 몸 위로 시준이 자연스레 타고 올라왔다. 태경이 침대 위에 누운 채 그에게 손을 뻗었다. 뜨거워진 관능을 어쩌지 못하고 키스를 하려는 듯 그를 향해 얼굴을 내밀었지만, 시준이 되레 그녀의 가슴을 지그시 눌러 정복자처럼 내려다보았다. “당신의 옷을 벗기는 동안 날 쳐다보는 눈동자를 즐기지.”
바람이 시리던 날 그들은 다시 재회했다.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습니까?” “아뇨. 본적은 없지만 작업방식이 참 진부하단 생각은 드네요. 요즘 그런 방법 안 먹혀요. 좀 더 참신한 방법을 궁리하는 게 낫겠어요.” 인생 자체가 악몽이었다. 그래서 그 모든 걸 덮은 채 살고 싶었던 여자, 해유인. 다시 만난 그녀를 놓을 수 없었다. 기침처럼 숨길 수 없는 감정을 가슴에 안은 채 그녀를 보는 남자, 강도현. [본문 중에서.] “누구 맘대로 말입니까? 난 그날 하루가 끝이라고 생각한 적 없는데.” “당신 마음 같은 건 신경 쓸 생각 없어요. 당신은 시작이었는지 몰라도 난 끝이었으니까. 내가 끝이면 끝인 거예요.” “굉장히 이기적이네요.” “사람은 누구나 그래요. 내가 제일 중요하니까.”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중요해지기도 하는 게 인생입니다.” “어머, 제가 사람을 잘 못 건드렸네요. 이렇게 인도적이고 휴머니즘에 빠진 사람이라고 보진 않았는데. 미안해요. 하룻밤으로는 부족했나본데, 난 그쪽 생각보다 별로였어요.” 미처 몰랐다는 듯 심장께로 손을 가져다붙이는 유인의 손짓이 과장스러웠다. 도현이 한쪽 눈썹을 쓰윽 올리며 그녀처럼이나 커다란 손을 가슴으로 올려붙이며 상처받은 듯한 목소리를 냈다. “자존심 상하는 말인 거, 압니까?” “상하라고 하는 말인 거, 알죠?” 유인이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 싱긋 웃었다. 도현은 웃음을 터트렸다. 지하를 울리는 웃음소리가 메아리 되어 유인의 귀속으로 파고들었다. “얘기 끝났으면 그만 가주시…….” “우리 연애합시다. 괜찮아지려고 노력해볼 테니까. 연애라는 걸 한 번도 못해봐서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지만, 이 마음 그대로 진심을 다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유인의 말을 가로 막은 도현의 목소리가 유쾌하게 흘러나왔다. 예상치 못한 말은 들은 유인은 잠시 멍하니 그를 응시하다 픽 입술을 틀어 올렸다. “몇 살이에요?” “서른여섯.” “그 나이 될 때까지 바텐더면, 내가 연애하고픈 남자상은 아니거든요. 밤일도 별로였고, 직업도 마음에 안 들고, 그렇다고 팔팔한 젊음이 무기인 것도 아니고. 게다가 연애도 한번 안 해본 숙맥? 뭐하나 좋은 구석이 없는데 내가 왜 당신과 연애를 해야 할까요? 나, 꽤나 속물인 여자거든요. 피차 채워줄 수 없다면 시작도 하지 않는 게 현명해요.” 고개를 치켜든 유인의 도톰한 입술이 아찔할 정도로 섹시했다. 그 새로 흘러나오는 말들이 뾰족한 가시투성인데도 어쩐지 그게 더 매력적이었다. 유인다워서 좋았다. 도현의 입가에 진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직업은 어쩔 수 없는 조건이지만 밤일은 하다보면 느는 법이니 기회를 줘 봐요. 이미 나이를 먹은 것 역시도 해결할 방법이 없지만 그렇다고 비척거리며 사는 건 아니니까 맘 놔요. 20대 초반의 팔팔함과 비교는 안 된다 해도 해유인 씨 보다는 늘 팔팔할 자신은 있으니까. 연애는 뭐…… 숙맥이라 나름 신선한 구석이 있을 수 있잖아요.”
열아홉, 풋풋했던 시절. 윤수에게 재백은 도망치고 싶던 빡빡한 삶에 아주 잠깐 꾸었던 춘몽 같은 거였다. 현실에 지친 자신과 달리 꿈을 향해 질주하는 재백이 싫으면서 좋았다. 그래서 그의 고백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꺼져.” 그런데…… 그 김재백을 인터뷰해야 한다고? 서른 살, 삶의 무게도 덤덤해진 현재. 스포츠 전문 잡지 기자 7년 차. 잊고 있던 메이저리거 김재백과의 재회. “아직도, 여전히, 지금도…… 내가 널 좋아하면 어쩔 건데?” 직진 밖에 모르는 야한 고슴도치 한 마리가 윤수의 심장을 향해 뜨겁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적랑 로맨스소설 #현대물, #재회물, #직진남, #순정남, #능력남, #몸으로하는건다잘하는남, #현실녀, #첫사랑, #힐링물, #상처남, #상처녀
위장전입에, 부양할 가족도 없는데 그 많은 급여는 다 어디에 썼는지 이해할 수 없는 당황스러운 실거주지에 사는 묘령의 여자. 뭐 하나 선명한 게 없는, 이복형이 내게 붙여 준 스파이. 마타 하리, 이연우가 제 발로 내게 걸어왔다. 나를 감시하고 동태를 보고하면, 기대한 만큼의 대우를 해 주겠다고. 단아하고 어여쁜 얼굴 뒤에 숨겨진 그녀의 민낯은 뭘까? 저 스스로 정체를 드러낸 서투른 스파이일까, 아니면 더 큰 걸 바라는 야망을 품고 있는 걸까? 그녀에 대해 알고 싶어질수록 깊숙이 묻어둔 아픈 과거가 자꾸만 수면 위로 떠오른다. 내 눈앞에서 죽어간 엄마, 나와 엄마에게 냉랭했던 아버지, 잔인하기 짝이 없는 이복형들까지...... 그 속에서 비소를 품고 살았던 황폐한 내 삶에 스며든 여자. 이 여자가 궁금하다. 예민하게 상사를 살피고, 세심하게 배려하면서도 속에 없는 말은 곧 죽어도 못하는 여자. 쓸데없이 정의롭고, 뜨문뜨문 애잔한 여자. 너 때문에 내가, 미치겠어!
“죽음을 무릅쓰고 감히 지존이신 황제 폐하와 거래를 하고자 하옵니다.” “…….” 첫 번째 미끼는 던져졌다. 황상이 건방지다고 벼락같이 진노할지, 은밀히 뜻을 내비칠지는 알 수 없었다. 위험한 발언을 위해 차유는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폐하께옵선 어린 연치에 황위에 오르셨습니다. 신료들의 도움을 받아 정사를 돌보셨으나 이젠 홀로 우뚝 서야 하옵지요. 감히 이리 직언하기 송구하오나 우의승을 비롯한 몇몇 신료들이 충정을 가장한 불충으로 성심을 어지럽히고 있으니 폐하께서 큰 뜻과 치세를 펼칠 수 있도록 소인이 돕겠습니다. 절실하고 긴요한 소인의 뜻을 헤아리시어 내민 손을 붙잡아 주시옵소서.” “…….” 차유는 진심을 다했다. 하나 잠잠했다. 무슨 반응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연 안에 들어앉은 황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휘장으로 가려진 탓에 황제의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표정이라도 읽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당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더욱 불안했다. 초조해진 나머지 차유는 황제의 반응이 궁금해 슬그머니 고개를 움직였다. 위로 조금씩 목을 움직이던 순간, 나직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압력이 실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고개.” 차유는 올리려던 턱을 냉큼 아래로 당겼다. 목소리에 실린 거북함을 느꼈을 뿐인데, 온몸이 불에 덴 것처럼 따가웠다. “들라고 허락한 적이 없다.” 차유의 목이 자라처럼 움츠러들었다. 스산한 목소리에 실린 기백이 압도적이었다. 신료들의 허수아비라고 불리는 이가 지닐 만한 기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순식간에 황상의 목소리가 온화해졌다. “이 나라 최고 관직에 오른 우의승이 누구인가?” “제 백부이옵니다.” “잊은 줄 알았군.” 실패. 조카가 제 백부를 거역할 리가 있겠느냐고, 그리 정곡을 찔렀다. 얼토당토않은 일이라고, 천지가 개벽할 일이라고, 짧은 말투에 그 모든 감정이 실렸다. 차유는 바닥에 엎드린 채 주먹을 움켜쥐었다.
“연인들의 섬이야. 이곳에서 사랑을 나눈다고 해서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월희. 9년 동안 애인의 뒷바라지 끝에 돌아온 것은 배신뿐이었다. 상처에 아파하다 도망치듯 날아간 괌에서 만난 ‘지골로’로 보이는 닉. 일주일을 그와 뜨겁게 보낸 후 한마디 말도 없이 그곳을 떠나온 월희는 1년 후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닉을 다시 만나게 되는데……. “여전히 ‘지골로 닉’으로 알고 있음 곤란해, 나의 달.” “키스만 하면 얼마인가요?” “키스만으로 끝내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 “중간에 끊지 못하면 어쩔 거지?” “그땐…… 값을 지불해야겠죠.” 그렇게만 만들어준다면 돈쯤이야, 비싼 진통제를 샀다고 치부할 수 있다. 어제처럼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하고 푹 잘 수만 있다면……. [본 작품은 전체이용가로 재편집한 작품입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되바라진 질문이 은성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섹스가 뭘까요?” “궁금해?” 강현이 짙어진 눈빛으로 말했다. “나중에.” “뭐가요?” “좀 더 크면 알려주겠다고.” 좋아서 환장하겠다든가 막상 해보면 별로라든가, 그런 대답을 예상했던 그녀의 얼굴이 화끈거림으로 뒤덮였다. “그 대신 지금 이 정돈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몸을 기울인 강현이 그녀에게 입술을 포갰다. 날카로운 첫 키스. 그리고 거짓말처럼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7년 후, 첫눈이 내리는 날. 은성과 강현은 의도치 않게 다시 만나는데……. [본 콘텐츠는 15세 이용가로 재편집한 작품입니다.]
“인우 씨는 내게 사탕 같은 사람이었어요. 달달한 사탕, 아주 달콤하죠. 그 달달함이 좋아서 계속 빨다 보면 사탕은 언젠가 사라지고 말아요. 그 대신 고통스런 치통만 남게 되는 거죠.” 놀이공원 백설공주 역의 퍼레이드걸 한지서, 현실 속 그녀의 진짜 왕자님인 판타지월드의 사장 최인우. 열애 중이던 두 사람은 인우의 모친 이 여사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고, 이 여사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하던 지서는 결국 다 포기하고 일방적인 이별을 고한다. 그로부터 4년 9개월 후, 끊어진 줄 알았던 그들의 인연이 다시 시작되는데……. “이래선 안 되는 사이예요. 우리는 이미 끝난 사이라고요.” “내 혈육을 낳았어.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너와 난 절대로 끊어질 수 없다는 거야. 윤소를 낳는 순간, 끝났다고 여겼던 인연이 계속 이어지는 거지.” “몇 번을 말해야 해요. 윤소는, 헛!” “남자가 있었다고 했던가? 네 속을 채운 남자가 나 말고 더 있었다고? 그것도 나를 만나는 동안에? 좋아. 확인해보자고.”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한 클린버전입니다.
[단독 선공개] 그는 후회할 거라고 했고 그녀는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만화가 나윤오 그리고 그의 어시스턴트이자 8년 간 그를 동경해 온 최지안 한결같이 해사한 웃음으로 윤오의 곁을 뱅뱅 돌던 지안을 잘라냈다.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상처로 곪아 버린 자신에게 그런 따뜻한 웃음은 짓지 말았어야지. 그런 맹목적인 믿음은 보내지 말았어야지. 밤의 숨결을 타고 윤오에게 다가온 지안의 마음을, 어떻게 외면해야 하지? *** “이런 얼굴은 처음인데.” 허스키한 목소리를 내뱉은 윤오가 손끝으로 지안의 뺨을 훑고 지나갔다. 그 손이 곧장 지안의 뒷덜미로 닿더니 천천히 그녀의 목을 끌어당겼다. 입술과 입술이 스쳤다. 그 야트막한 빈틈 사이로 지안이 나지막이 물었다. “어떤 얼굴인데요.” “야한 얼굴.” 열기로 달아오른 지안의 얼굴이 더 붉게 물들었다. 야한 얼굴이 정확히 어떤 얼굴인지 모르지만 그가 만화 속에서 그린 적 있던 여주인공의 표정이 떠올라 후끈함이 몰려들었다. 발갛게 열이 오른 뺨. 야릇함에 심취된 몽환적인 눈빛. 상대를 갈구하는 욕망 어린 눈동자. 키스로 부어오른 입술까지. 그가 그린 여주인공의 얼굴이 마치 지금의 자신과도 같을 것 같아서 홧홧한 감각은 더욱 배가되었다. 지안은 슬며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더 야해졌어.”
“키스하고 싶다면, 나 지금 미친 걸까요?” 서원푸드의 유일한 후계자 서은수. 너무나도 강인한 남자 윤강재에게 한눈에 반하지만 그에게 그녀는 단지 어린 소녀일 뿐이었다. 5년 후 재회한 두 사람. 이제 은수는 그에게 여자로서 다가가기 시작하는데……. “우린?” “농락과 분노를 배재하고는 말할 수 없는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너무 무섭게 선을 그어버렸군. 난 적어도 우리 둘 사이에 불꽃 정도는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한때 그랬던 적도 있었죠. 농락당했다는 걸 깨닫기 전까진.” “한때라……. 그래, 지금은?” 강재가 코앞에까지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숨결이 그녀의 인중을 훑고 지나갔다. 그에게선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의 향기가 흘러나왔다. 향에 취한 채 들이켜고 싶은 커피처럼. “넌 내가 가까이 다가서기만 해도 호흡이 흐트러져. 마른침을 삼키고 긴장으로 어깨를 굳히지. 분노로 위장하지만 실은 욕망이 깔려 있잖아? 차라리 인정해. 날 쳐다보는 네 눈빛 속에 담긴 열망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으니까.” [본 작품은 전체이용가로 재편집한 클린버전입니다.]
서윤이 지한을 만나던 때는 항상 비참한 순간이었다. 지하철 입구에서 김밥을 팔던 날 추모공원에서 초라한 모습으로 청소를 하던 날 삶에 찌들어 있던 어느 날… 또 그를 만났다. *** “너 뭐야?” 바짝 다가와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민 서지한이 이를 물고 으르렁거렸다. 서지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알 수 없는 압박감이 숨을 막히게 했다. “이것도 우연이야?” 지한의 입술이 비틀렸다. “우연인지 뭔지는 관심 없지만, 자꾸 마주쳐서 기분 안 좋은 건 저도 마찬가지라 그런 질문은 꽤 껄끄럽네요.” 서윤은 도전하듯 턱을 높이 들었다. #재벌남, #상처남, #카리스마남, #당당녀, #상처녀, #운명적만남
“여자는 사냥감이 아니라는 걸 모르시는 모양입니다.” “도망치려고 발악하는 여자는 남자로 하여금 그런 심리를 느끼게 하지.” 산림청 직원 이시은. 결혼을 강요하는 아버지의 독단적인 결정에 반발해 예정돼 있던 뉴질랜드 연수를 사흘 앞당겨 떠났다. 바에서 만난 낯선 동양 남자와 일탈 같은 하룻밤을 보낸 시은은 사흘 뒤, 뉴질랜드에 파견 나온 산림청 팀장이었던 그 남자 강청운과 재회한다. 나무를 사랑하는 그 남자 때문에 나무를 사랑하는 그녀의 가슴이 이상하게 뭉클해진다……. ‘사랑하는 걸까? 짧은 시간에 사랑을 느낀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시은은 맞잡은 청운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보내고 싶지 않다. 뉴질랜드에서 함께 머물자고 하면 그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고 싶어?” “그런 표정을 지을 때마다 얼마나 악당 같은지 아세요?” “난 하고 싶어. 네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본 작품은 전체이용가로 재편집한 클린버전입니다.]
“인연이라는 게 정말 있는 건가 싶어서.” 휘조에게 닥친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죽음. 하지만 그 충격도 잠시, 아버지의 그림을 되찾기 위해 그녀는 동분서주한다. 그 사이에 알게 된 남씨 종가 장손이자 유명 옥셔니스트 우택. 휘조는 1년 내에 우택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아버지의 작품을 찾을 수 있는데……. “휘조를 사랑한다고 느낀 건 언제신데요?” “얼마 되지 않죠.” “그런데 청혼을 하셨다고요?” “기간이 중요한 건 아니죠. 둘이 얼마나 서로를 원하고 있느냐, 그게 중요한 거니까.” 우택이 고개를 돌려 뜨겁게 응시하자 휘조는 언제 그를 째려봤냐는 듯 볼을 붉혔다. [본 작품은 전체이용가로 재편집한 클린버전입니다.]
“다른 부족의 땅을 밟지 마라. 뢰족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지 마라.” 전쟁과 살육에 미친 탐욕의 부족. 용서와 화합보다는 도륙과 침략이 어울리는 혈족. ‘뢰족’ 뱀강 너머 ‘뢰족’의 땅이 있다. 화이는 아버지를 살릴 수 있는 생초를 구하기 위해 보름에 한 번씩 뱀강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신비한 소년. 찌를 듯한 살기를 두르고 절벽 위에서 화이를 지켜보기만 할 뿐인데……. 달이 차고 기울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풍성했던 잎들이 피어나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그는 키가 크고 몸이 바뀌었다. 달빛 아래 미미하게 드러나는 얼굴 역시 조금씩 바뀌었다. 소녀가 여인이 되는 동안 소년도 사내가 되었다. 앳되어 보이던 윤곽이 힘찬 늑대처럼 변모했어도 그는 늘 같은 곳, 같은 자리에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달이 무수히 차고 기우는 밤, 그와 그녀의 빛나는 눈동자가 서로를 그렇게 각인시켰다. [본 콘텐츠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