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의 바다
글민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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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경계도 아니고 저승도 아니고 이승도 아니야. 하지만 존재하는 것임에는 분명하지. 즉, 잊힌, 빈 공간이야.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자 푸르고 넓은 평원이 보였다. 그 평원은 끝없이 펼쳐져 넘실넘실 일렁댔다. 위로 햇살이 하얗게 부서지고 있다. 바다였다. 거칠게 물결치는 바다였다. 바다 위의 하늘은, 높은 건물들에 베여 먹힌 도시의 하늘과 달리 거대하고 넓었다. 바다 너머에서 솟아오르는 구름 덩어리들은 하늘만큼이나 거대했다. 다른 세상의 높고 위대한 산 같아 보였다. 우르릉대는 소리는 파도가 바위와 부딪치는 소리였다. 하얀 거품을 길게 머금고 바닷가로 달려드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위로 하얗게 치솟아 올랐다. 운이 좋아 행복을 얻는 게 아니야. 자격이 없으면 운이 좋아 굴러 들어와도 제대로 책임지지도 가꾸지도 못해.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고, 감당할 수 없는 행복을 당연하게 누리기도 하고 감당할 수 없는 불행에 짓눌릴 수도 있어. 하지만…… 그래도 행복해지고 싶어 하는 게 사람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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