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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감옥에는 좀비가 산다.] 마을에는 지하 감옥도 없고 좀비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콧방귀를 뀌던 맹랑한 아이 제카니(13세, 무직). 그러나 동네 폐건물을 발견하니 그 루머가 문득 떠오른다. 무너진 콘크리트 벽돌 사이로 보이는 철근이 마침 감옥의 창살을 연상시키는 것 같기도…. “안녕.” 루머가 진짜라니! 그러나 갇혀 있던 것은 좀비가 아닌 인간이었다. 자신을 휘경이라고 소개하는 남자에게 호기심이 든 제카니는 이것저것 물어보다가도 문득 경계심이 들어 한 걸음 물러난다. “……그럼, 안녕히 잘 갇혀 계세요.” “그래. 잘 갇혀 있을게.” * * * “안녕, 제카니.” “……뭐예요?” “꽃반지.” 탄성 있게 휘어진 줄기로 만들어진 꽃반지에는 작은 꽃과 이파리가 오밀조밀 매달려 있었다. 여러 색의 꽃으로 만든 반지는 아담하면서 쌓인 눈처럼 소복하니 피어 있었다. “이건 무슨 꽃이에요?” “토끼풀.” 제카니는 꽃반지를 손가락에 한 번씩 끼워 보았다. 엄지엔 너무 작았지만 검지나 약지에는 제자리인 것처럼 쏘옥 들어갔다. “……이번엔 왜요?” “우리 저번에 반지로 화해했잖아. 이번에도 화해하자.” 저번에 우린 싸운 게 맞았나 보다. 약간의 언쟁이라고 해야 했나. 그러면 이번에도 싸운 걸까. 내가 혼자 민망해서 자리를 피한 것 같았는데. ……내가 토라져도, 달래 주는 걸까.

완결 여부미완결
에피소드1 권
연령 등급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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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버 얼럿 (Amber Alert) 외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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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들에게는 운명의 실타래가 존재한다. 단, 관리국에서 일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 운명의 타래 끝까지 도달하게 관리하고 수시로 점검하는 게 유니버스 관리자인 내가 할 일이다. “본인 확인했어?” “무한 회귀자 72-1-XZKK-01. 네, 여기 맞네요.” 26회차 회귀를 앞둔, 무한 회귀자라기엔 지나치게 앳된 얼굴의 소년. 회귀자 72도 분명 스쳐가는 무한 회귀자 중 하나일 뿐이었다. “26번째에는 안 봤으면 좋겠네요. 아마 보게 될 테지만.” 눈이 마주치기 전까지는. 알 수 없고 결코 알아서 안 되는, 아무리 노력해도 인지할 수 없을 내 존재를 알아챈 회귀자 72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착각이 아니었다. *** “여기서 뭐 하세요?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어느새 잠에서 깬 회귀자가 나를 똑바로, 아주 당돌하게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관리자와 접촉할 수 있는 회귀자 이야기는 우주 어디에도 없었다. 어디에도. “누구시냐고요.” 너 내가 보여? 라는 말이 목 끝까지 나왔다가 가라앉았다. “나는…….” 그간 반복된 일 처리에 굳었던 머리가 오랜만에 빠르게 돌아간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소년의 낯에 경계심이 강해진다. “관리자.” 최악의 답변은 아니었으나 좋은 변명도 아니었다. 회귀자가 내 복장을 위아래로 훑는다. 난 슈트 차림이다. “아니, 그거 말고. 건물 소유……. 관리인.” “관리인이시더라도 주거 침입 하시면 안 되잖아요.” “문 열려 있던데.” 회귀자 몰래 한 손을 뒷짐 쥐고, 조용히 검지와 엄지를 움직였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저는 항상 문을……!“ 당당하게 문으로 갔던 회귀자는, 분명 매번 잠그던 문이 열려 있자 말꼬리를 흐린다. “항상 잠가 두는데. 마스터키로 여신 거 아녜요?” “이딴 건물에 그런 게 있을 것 같아?” 나는 반쯤 무너져 가는 건물 내부를 펜으로 가리켰다. 진심으로 한 말인데 모욕당했다 느낀 건지 회귀자가 얼굴을 구긴다. “나가요!” 그렇게 나는 회귀자에게 쫓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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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감옥에는 좀비가 산다 3~4권

[지하 감옥에는 좀비가 산다.] 마을에는 지하 감옥도 없고 좀비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콧방귀를 뀌던 맹랑한 아이 제카니(13세, 무직). 그러나 동네 폐건물을 발견하니 그 루머가 문득 떠오른다. 무너진 콘크리트 벽돌 사이로 보이는 철근이 마침 감옥의 창살을 연상시키는 것 같기도…. “안녕.” 루머가 진짜라니! 그러나 갇혀 있던 것은 좀비가 아닌 인간이었다. 자신을 휘경이라고 소개하는 남자에게 호기심이 든 제카니는 이것저것 물어보다가도 문득 경계심이 들어 한 걸음 물러난다. “……그럼, 안녕히 잘 갇혀 계세요.” “그래. 잘 갇혀 있을게.” * * * “안녕, 제카니.” “……뭐예요?” “꽃반지.” 탄성 있게 휘어진 줄기로 만들어진 꽃반지에는 작은 꽃과 이파리가 오밀조밀 매달려 있었다. 여러 색의 꽃으로 만든 반지는 아담하면서 쌓인 눈처럼 소복하니 피어 있었다. “이건 무슨 꽃이에요?” “토끼풀.” 제카니는 꽃반지를 손가락에 한 번씩 끼워 보았다. 엄지엔 너무 작았지만 검지나 약지에는 제자리인 것처럼 쏘옥 들어갔다. “……이번엔 왜요?” “우리 저번에 반지로 화해했잖아. 이번에도 화해하자.” 저번에 우린 싸운 게 맞았나 보다. 약간의 언쟁이라고 해야 했나. 그러면 이번에도 싸운 걸까. 내가 혼자 민망해서 자리를 피한 것 같았는데. ……내가 토라져도, 달래 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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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감옥에는 좀비가 산다 1권

[지하 감옥에는 좀비가 산다.] 마을에는 지하 감옥도 없고 좀비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콧방귀를 뀌던 맹랑한 아이 제카니(13세, 무직). 그러나 동네 폐건물을 발견하니 그 루머가 문득 떠오른다. 무너진 콘크리트 벽돌 사이로 보이는 철근이 마침 감옥의 창살을 연상시키는 것 같기도…. “안녕.” 루머가 진짜라니! 그러나 갇혀 있던 것은 좀비가 아닌 인간이었다. 자신을 휘경이라고 소개하는 남자에게 호기심이 든 제카니는 이것저것 물어보다가도 문득 경계심이 들어 한 걸음 물러난다. “……그럼, 안녕히 잘 갇혀 계세요.” “그래. 잘 갇혀 있을게.” * * * “안녕, 제카니.” “……뭐예요?” “꽃반지.” 탄성 있게 휘어진 줄기로 만들어진 꽃반지에는 작은 꽃과 이파리가 오밀조밀 매달려 있었다. 여러 색의 꽃으로 만든 반지는 아담하면서 쌓인 눈처럼 소복하니 피어 있었다. “이건 무슨 꽃이에요?” “토끼풀.” 제카니는 꽃반지를 손가락에 한 번씩 끼워 보았다. 엄지엔 너무 작았지만 검지나 약지에는 제자리인 것처럼 쏘옥 들어갔다. “……이번엔 왜요?” “우리 저번에 반지로 화해했잖아. 이번에도 화해하자.” 저번에 우린 싸운 게 맞았나 보다. 약간의 언쟁이라고 해야 했나. 그러면 이번에도 싸운 걸까. 내가 혼자 민망해서 자리를 피한 것 같았는데. ……내가 토라져도, 달래 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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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감옥에는 좀비가 산다 5권

[지하 감옥에는 좀비가 산다.] 마을에는 지하 감옥도 없고 좀비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콧방귀를 뀌던 맹랑한 아이 제카니(13세, 무직). 그러나 동네 폐건물을 발견하니 그 루머가 문득 떠오른다. 무너진 콘크리트 벽돌 사이로 보이는 철근이 마침 감옥의 창살을 연상시키는 것 같기도…. “안녕.” 루머가 진짜라니! 그러나 갇혀 있던 것은 좀비가 아닌 인간이었다. 자신을 휘경이라고 소개하는 남자에게 호기심이 든 제카니는 이것저것 물어보다가도 문득 경계심이 들어 한 걸음 물러난다. “……그럼, 안녕히 잘 갇혀 계세요.” “그래. 잘 갇혀 있을게.” * * * “안녕, 제카니.” “……뭐예요?” “꽃반지.” 탄성 있게 휘어진 줄기로 만들어진 꽃반지에는 작은 꽃과 이파리가 오밀조밀 매달려 있었다. 여러 색의 꽃으로 만든 반지는 아담하면서 쌓인 눈처럼 소복하니 피어 있었다. “이건 무슨 꽃이에요?” “토끼풀.” 제카니는 꽃반지를 손가락에 한 번씩 끼워 보았다. 엄지엔 너무 작았지만 검지나 약지에는 제자리인 것처럼 쏘옥 들어갔다. “……이번엔 왜요?” “우리 저번에 반지로 화해했잖아. 이번에도 화해하자.” 저번에 우린 싸운 게 맞았나 보다. 약간의 언쟁이라고 해야 했나. 그러면 이번에도 싸운 걸까. 내가 혼자 민망해서 자리를 피한 것 같았는데. ……내가 토라져도, 달래 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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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버 얼럿(Amber Alert)

살인청부업자. 테네시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사탕발림할 생각 따윈 없었다. 그는 윤리적으로 밑바닥을 치는 스스로와 과거에 충실했다. 단조로운 삶이지만, 나쁠 것도 없다 여겼다. 훔친 차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이름이 뭐지?” “……안 알려 줄 거예요. 비웃을 거잖아요.” “그쪽은 이름이 뭔데요?” “테네시.” “이름이에요, 성이에요?” “몰라도 돼.” 뒷좌석 창문을 열고 아이가 이마를 내밀었다. 검은 머리가 아무렇게나 휘날렸다. 의도치 않은 납치. 테네시와 아이의 관계는 그렇게 시작됐다. *** 눈에 불꽃이 일었다. 테네시, 당신의 그 다리를 잘라야 했어. 흉포한 감정에, 애증으로 치환되는 격렬한 감정에 숨을 골랐다. 그 다리가 부러져서 어설프게 기대지 말고, 차라리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망가져야 했다. 당신의 두 다리를 잘라 주머니에 넣고, 목에 목줄을 채워야지. 그 줄을 멀쩡한 내 다리에 매달 테다. 숨 막힐듯한 고요가 가라앉았다. 힘이 풀린 몸이 풀썩 주저앉았다. 손바닥이 끈적했다. 땀인 줄 알았는데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걸 닦을 여력도 없어 손에 얼굴을 묻었다. 끔찍했다. 이런 스스로가. 모든 상황이. 절망스러웠다. 단념하면, 테네시가 이대로 도망치면. 살 수 없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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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감옥에는 좀비가 산다

[지하 감옥에는 좀비가 산다.] 마을에는 지하 감옥도 없고 좀비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콧방귀를 뀌던 맹랑한 아이 제카니(13세, 무직). 그러나 동네 폐건물을 발견하니 그 루머가 문득 떠오른다. 무너진 콘크리트 벽돌 사이로 보이는 철근이 마침 감옥의 창살을 연상시키는 것 같기도…. “안녕.” 루머가 진짜라니! 그러나 갇혀 있던 것은 좀비가 아닌 인간이었다. 자신을 휘경이라고 소개하는 남자에게 호기심이 든 제카니는 이것저것 물어보다가도 문득 경계심이 들어 한 걸음 물러난다. “……그럼, 안녕히 잘 갇혀 계세요.” “그래. 잘 갇혀 있을게.” * * * “안녕, 제카니.” “……뭐예요?” “꽃반지.” 탄성 있게 휘어진 줄기로 만들어진 꽃반지에는 작은 꽃과 이파리가 오밀조밀 매달려 있었다. 여러 색의 꽃으로 만든 반지는 아담하면서 쌓인 눈처럼 소복하니 피어 있었다. “이건 무슨 꽃이에요?” “토끼풀.” 제카니는 꽃반지를 손가락에 한 번씩 끼워 보았다. 엄지엔 너무 작았지만 검지나 약지에는 제자리인 것처럼 쏘옥 들어갔다. “……이번엔 왜요?” “우리 저번에 반지로 화해했잖아. 이번에도 화해하자.” 저번에 우린 싸운 게 맞았나 보다. 약간의 언쟁이라고 해야 했나. 그러면 이번에도 싸운 걸까. 내가 혼자 민망해서 자리를 피한 것 같았는데. ……내가 토라져도, 달래 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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