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를 만나기 전, 한나의 세상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하지만 그해 여름 준섭이 나타난 이후 한나의 세계는 거대한 물음표가 되었다. “너는 뭐가 그렇게 다 귀찮냐. 그럼 나도 되게 귀찮았겠네.” “안 귀찮아.” “응?” “좋다고. 네가 관심 가져주는 거.” 그해, 한여름 태풍처럼 한나를 뒤흔들었던 준섭이 여름의 끝과 함께 홀연히 떠나버린 뒤 한나는 오랫동안 여름을 앓았다. 그런데 13년이 흘러 배우가 된 한나의 앞에 다시 거짓말처럼 그해 여름이 당도한다. “어느 쪽이건, 떨어질 이유는 못 되지. 붙어먹을 이유면 모를까.” 13년 만에 돌아온 준섭은 한나가 모르는 남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름 언젠가처럼, 다시 한나를 뒤흔들기 시작한다. “충동적으로 그런 말 하지 마. 후회할 일 같은 건….” “네가 충동이 뭔지 알아?” “뭐…?” “난 너랑 친구 안 해. 우리가 만날 땐 여자랑 남자로 만나는 거야. 앞으로도 계속 절대 변하지 않아.” 한나는 다시 8월의 태풍처럼 닥쳐오는 준섭을. 몰아치는 이 마음을 당해 낼 방법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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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눈 내리는 밤. 횃불을 들고 상고재를 찾은 한 남자. 오랜 약속을 위해 상고재를 지키던 설은 그를 방화범으로 오인하여 제압하고. 이튿날, 그가 방화범이 아니란 사실과 함께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맞이한다. “이 집, 샀습니다. 제가.” 숨겨진 사정이 있으리라고 여긴 설은 그에게 관리인으로 고용해 달라 제안하고. 그는 제안을 선뜻 받아들인다. “여기 머무는 동안, 그냥 날 손님이라고 생각하세요.” 그저 손님처럼 잠시 머물다가, 흔적도 없이 부수고 태워 버릴 테니까. 상고재를 없애고자 찾아온 태하. 그는 상고재의 새 주인이자 전 주인의 친아들이다. 친모가 저지른 화재 사건으로 뇌손상을 입고 전색맹이 된 그는. 친부인 태주그룹 회장의 손에서 사육당하며 성장하여 후계자가 되었다. 오로지 생존만이 전부였던 그에게 무채색의 삶은 오히려 평화였다. 하지만 그녀에게서는 황홀하리만치 선명한 색이 보인다. *** “아직도 내가 은설 씨 취향이 아닙니까.” “그게 무슨….” 당혹감으로 흔들리는 맑은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하는 그의 시선이 집요하고 고요했다. “은설 씨가 제 눈에는 아주 특별하게 보입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장밋빛으로 물든 투명한 뺨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고백했다. 문득 가슴속에 나비의 날갯짓 같은 파동이 번졌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하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 한정우. 돌연 한국행을 선언하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그가 귀국 비행기 안에서 원인불명의 쇼크로 쓰러진다. “의사입니다. 비키세요.” 날뛰는 정우를 단숨에 제압한 여자는 번개처럼 응급 처치를 한 뒤 유유히 사라졌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다. 여자의 이름은 서희원. 새로 이적한 팀의 팀 닥터란다. “앞으로 내 몸엔 손도 못 댄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거예요.” “한정우 선수는 절 여자로 생각하나요?” “그럼 여자지, 남잡니까?” “의사는 여자가 아니에요.” “그렇게 백날 얘기해 봐요, 내가 듣나.”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여자만 보면 심장이 제멋대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당신과 함께 있으면 늘 이 모양이에요. 심장이 너무 뛰어서 미친놈처럼 길거리를 내달리고 싶은 그런 마음이라구요.” “더 안 바랄 테니까…. 밀어내지만 말아 줘요.” 불보다 뜨거운 그의 심장이 그녀의 얼어 붙은 심장을 녹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