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죽었다. 쓰레기 같은 남자에게서 벗어났으니 이젠 자유만이 남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온몸을 덮쳤다. “그동안 제가 봐주고 있다는 생각 해 본 적 없으십니까?” 가까이 다가온 그의 새까만 눈동자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눈앞의 여자를 당장이라도 먹어 치우고 싶다는 듯이. “남의 집 개를 부리고 싶었으면 손 정도 내줄 각오는 했어야지.”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당신의 개가 되어 대신 물고, 짖고, 울어 줄 테니, 당신은 내 밑에서 울어 주면 돼."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덫에 걸리고 말았음을.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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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처음 본 건, 어느 여름날이었다. 집 앞 계단 앞에 쭈그려 앉아 있는 커다란 덩치와 동그란 정수리. 그 모든 게 희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누나가 저 깨운 거예요? 잠들 줄 몰랐는데 어젯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냥 곯아떨어졌나 봐.” “…너 나 알아?” “아, 누나는 나 모르려나? 나는 누나 되게 오래전부터 알았는데.” 빛을 닮은 아이는 굳게 닫힌 희재의 마음을 아무렇지 않게 열고 들어왔다. 어둠이 무서운 줄도 모르고. “…왜? 내가 왜 궁금한데?” “그냥? 예쁘게 생겨서?” 늘 어둠 속을 걷던 희재에게 기적처럼 찾아온 아이. 희재에게 아이는 빛이자, 행복이자, 삶의 이유였다. 현실이 아무리 진창이라도, 정현만 있다면 상관없었다. “누나. 정말 나랑 같이 있고 싶어요?” 그저, 이 아이와 있으면 다 괜찮을 것 같았다.
추악한 상처로 얼룩진 과거를 가진 여자, 어딘지 모르게 비밀이 많아 보이는 남자. 두 사람이 어느 시골 터미널에서 마주쳤다. "저기." "……?" "담배 한 개비만 빌려줘요." 대답 대신 홍련의 고개가 아래위로 움직이자 남자는 잠시 제 손에 들린 담배와 서너 걸음 정도 떨어진 여자를 번갈아 보았다. "어쩌나. 이다음은 돗대인데." “빌려주기 싫으면 살게. 얼마 줄까요. 오천 원? 만 원?” 그냥 그렇게, 스쳐 지나갈 수 있었다. 무시하고 없던 일로 할 수 있었다. “저 홍련 씨에게 호감 있는 거 맞습니다. 그래서 홍련씨가 저 제대로 봐 줄 때까지 쫓아다니는 중입니다.” 하지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은 빗겨나가려는 둘을 지독히 엮어 놓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라 종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