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한테 뺨 맞고 화는 나한테 풀어. 물고, 할퀴고, 때리고, 다 하라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의선재의 개, 이은서. 할아버지의 죗값을 물려받은 은서에게 의선재는 참회의 공간이었다. 세상을 호령하는 대양그룹의 선대를 돌아가시게 만든 죄는 결코 가볍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단 한 사람. 그들의 가장 귀한 도련님, 차태윤은 은서의 죄를 묻지 않았다. 오히려 은밀한 개가 되기를 자처해, 그녀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 파국. 그리고 상처. 정해진 끝을 내다보면서도 은서는 불안하지 않았다. 그를 버리는 일쯤, 이미 전에도 해 본 적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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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한테 뺨 맞고 화는 나한테 풀어. 물고, 할퀴고, 때리고, 다 하라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의선재의 개, 이은서. 할아버지의 죗값을 물려받은 은서에게 의선재는 참회의 공간이었다. 세상을 호령하는 대양그룹의 선대를 돌아가시게 만든 죄는 결코 가볍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단 한 사람. 그들의 가장 귀한 도련님, 차태윤은 은서의 죄를 묻지 않았다. 오히려 은밀한 개가 되기를 자처해, 그녀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 파국. 그리고 상처. 정해진 끝을 내다보면서도 은서는 불안하지 않았다. 그를 버리는 일쯤, 이미 전에도 해 본 적 있으므로.
나는 가끔 돌이켜 생각하곤 한다. 이신. 그를 처음 만났던 날,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안녕?" 그렇게 인사하는 대신 모른 척했다면. 그랬다면 이승우는 아직 살아 있지 않았을까. 아니, 더 정확히는, 그에게 살해당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나는 그런 의심을 하면서도 차마 그에게 묻지 못했다.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오늘 누나 배란일이잖아. 거칠게 하기 좋아하는 날." 그와의 섹스가 좋았다. 강압적이고 폭발적인 섹스가 너무 좋아, 내 손으로 의심의 벽을 허물었다. 그가 내 전 남자 친구를 죽였을 리 없다고 믿으며, 그의 아래 눕기를 자청했다. 이신. 이름까지 완벽한 그가 신인지 악마인지 모른 채.
“널 적당히 참아가면서 좋아해야 하는 게, 그게 너무 힘이 들어.” 사고가 있은 후, 태상은 줄곧 다정을 생각했다. 미안했고, 그리웠다. 그럴 자격 따위 없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다. 생에 처음으로 느낀 온기는 그만큼 따스했다. “한다정…….” 기어코 다시 만난 다정은 익숙한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한다정 승무원.” “아…… 네. 맞습니다.” 다정은 집요할 정도로 눈을 맞춰오는 이 남자가 의문스러웠다. 선뜻 잘 곳을 내어주는 것도, 선뜻 보육원을 도와주는 것도, 선뜻, 자꾸만 제 곁을 파고들더니 어느새 결혼을 제안하는 것도. “나는 처음부터 네게 진심이었어.” “이 결혼에 진심이었다는 말씀이세요?” 서로 다른 생각으로 임한 결혼이 그의 한 마디로 흔들렸다. 비틀거리던 다정이 떨어진 곳은 넓고, 단단한 그의 품속이었다. “계약 같은 거 없이, 날 진심으로 봐 줘.” 이 결혼을 참을 수 없는 태상의 애틋한 고백이 시작된다.
“얘, 범도야. 너는 다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놈이니까, 임자 있는 여자만은 건드리지 말아라.” 할아버지는 범도를 욕심의 그릇이 다른 놈이라 불렀다. 범도는 콧방귀를 뀌었다. 욕심은 무슨. ……그런데 욕심이 난다. 하늘하늘한 걸음이, 그림 같은 미소가, 연한 목소리가 다 욕심이 난다. 그러니 가져야겠지. 원하니까 가져야겠는데.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모르겠어요? 형제인 두 사람 사이를 오고 간 나를 두고?” 지저분하게 얽혔다. 하, 얽힌 건 풀고 가야겠네. 도망가는 여자와, 쫓는 남자의 절절한 구애 연대기, <먹잇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