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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이 날 왜 좋아하는 거지? 역시 착각인가?’ 읽고 있던 하이틴 로맨스 소설 ‘미라클’의 악역 조연 ‘라엘’이 된 주인공. 나쁜 놈이라도 사지멀쩡하게 살려놓는 평화로운 소설에 감사하며 운명에 순응하려 한다. 거기서 살짝 방향을 틀어 생각보단 착한 악역으로, 그러나 그럴 때마다 몸이 제멋대로 움직여 허사로 돌아간다. 그 와중에 악역과 대치해야 할 남주 다니엘이 이상할 정도로 라엘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데…. 살짝만 틀어보려 했던 원작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이 하이틴 로맨스, 과연 괜찮을까? [미리보기] “저기…!” 귓가를 간지르는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음에도 그것이 나를 부르는 소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도 저 짧은 음절에서 느껴지는 감미로움이 다니엘의 목소리라는 것은 알려 주었다. 다시금 다니엘을 바라보고 싶은 욕망이 터져 나오려 했다. 겨우 이성을 잡아가며 펜 찾기에 정신을 집중하는데 다니엘이 뒤에서 잘게 웃음을 터트렸다. “라엘, 나 좀 봐봐…!” 그가 이름까지 부른 뒤에야 나에게 말을 걸었다는 걸 알고 아? 하고 조금은 멍청한 소리를 내며 다니엘을 바라본 것 같다. 수업 시간 내내 참아왔던 고개를 돌리자 반짝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다니엘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내 것으로 보이는 펜을 손에 들어 보이며 입을 벙긋거렸다. ‘이거 네 거지?’ 어… 응… 으응? 지금 다니엘이 나보고 웃고 있는 게 맞나? 둘 사이 나쁜 거 아니었어? 그것보다 지금 펜 주워 준 건가?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앞으로 저 펜은 가보다, 가보. 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느라 다니엘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내가 그의 입모양을 읽지 못한다고 생각한 건지 한쪽 눈썹을 까딱이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데 아주 그냥 잔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미쳤다. 완전 섹시해….’

완결 여부완결
에피소드2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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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nail

핫가이에게서 멀어지기 1권

‘다니엘이 날 왜 좋아하는 거지? 역시 착각인가?’ 읽고 있던 하이틴 로맨스 소설 ‘미라클’의 악역 조연 ‘라엘’이 된 주인공. 나쁜 놈이라도 사지멀쩡하게 살려놓는 평화로운 소설에 감사하며 운명에 순응하려 한다. 거기서 살짝 방향을 틀어 생각보단 착한 악역으로, 그러나 그럴 때마다 몸이 제멋대로 움직여 허사로 돌아간다. 그 와중에 악역과 대치해야 할 남주 다니엘이 이상할 정도로 라엘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데…. 살짝만 틀어보려 했던 원작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이 하이틴 로맨스, 과연 괜찮을까? [미리보기] “저기…!” 귓가를 간지르는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음에도 그것이 나를 부르는 소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도 저 짧은 음절에서 느껴지는 감미로움이 다니엘의 목소리라는 것은 알려 주었다. 다시금 다니엘을 바라보고 싶은 욕망이 터져 나오려 했다. 겨우 이성을 잡아가며 펜 찾기에 정신을 집중하는데 다니엘이 뒤에서 잘게 웃음을 터트렸다. “라엘, 나 좀 봐봐…!” 그가 이름까지 부른 뒤에야 나에게 말을 걸었다는 걸 알고 아? 하고 조금은 멍청한 소리를 내며 다니엘을 바라본 것 같다. 수업 시간 내내 참아왔던 고개를 돌리자 반짝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다니엘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내 것으로 보이는 펜을 손에 들어 보이며 입을 벙긋거렸다. ‘이거 네 거지?’ 어… 응… 으응? 지금 다니엘이 나보고 웃고 있는 게 맞나? 둘 사이 나쁜 거 아니었어? 그것보다 지금 펜 주워 준 건가?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앞으로 저 펜은 가보다, 가보. 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느라 다니엘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내가 그의 입모양을 읽지 못한다고 생각한 건지 한쪽 눈썹을 까딱이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데 아주 그냥 잔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미쳤다. 완전 섹시해….’

thumnail

전직한 가이드는 소꿉친구를 거부합니다

[“내가 죽었다고? 그럼 나는 뭔데…?”] S급 에스퍼 차도언과 20년 지기 소꿉친구인 B급 에스퍼 서유한은 친구인 그를 아끼면서도 늘 비교를 당해서 내심 열등감을 갖고 있었다. 속앓이를 하던 유한은 도언과 싸우게 되고 감정이 격해지자 결국 절교 선언을 한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일까, 게이트 사고에 휘말려 죽음을 맞이한 뒤 눈을 뜨니 가이드로 각성한 한이겸이 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암울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가이드로 살아가려고 하지만, 번번이 가이딩에 실패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가장 피해야 할 인물인 차도언과만 가이딩이 가능한 난감한 상황에 놓이는데…? 유한은 과연 정체를 들키지 않고 한유겸으로 무사히 새 삶을 살 수 있을까? [미리 보기] “저랑 친해지고 싶었어요?” “그으럼!” 가이딩만 할 수 있게 되면 멀어질 생각이었으면서 뻔뻔한 얼굴로 긍정했다. 나 생각보다 거짓말 잘하네. 양심이 아파 조금 눈을 굴리기는 했지만 잠시였으니 아주 자연스러웠을 거라 확신한다. 왜냐하면 내 답을 들은 그의 입술이 예쁘게 호선을 그렸기 때문이다. 그 광경을 감상하다 보니 얼굴에 뜨끈하게 열이 올라 “어라?” 하며 손으로 뺨을 감쌌다. 이쯤 되니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설마, 이 몸은 서유한과 다르게 술에 약한가? 조금 전까지는 신경을 바짝 세우고 있어 억눌렸던 술기운이 뒤늦게 돌기 시작한 건지 점점 정신이 둔해지려 했다. 급하게 마셨다곤 해도 고작 맥주 두 캔에 이런 꼴이라니 해독 능력이 얼마나 쓰레기인 거냐. 속으로 나지막이 한탄하며 이제는 비어 버린 맥주 캔을 완전히 찌그러트리려는데 갑자기 손목이 훅 당겨졌다. “다행이에요.” “어? 뭐? 뭐가?” 반사 신경도 떨어진 건지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저항 없이 딸려 가니 어느새 차도언 바로 옆에 앉게 되었다. 조금 전까지 의자에 앉아 있던 애가 언제 침대 위로 올라왔지? 어리둥절했지만 그가 하는 말에 고개가 먼저 옆으로 기울어졌다. 주변이 중력이 없는 것같이 느릿하게 움직여 눈을 여러 번 깜빡였다. “저희 지금보다 조금 더 단계를 올려야 할 것 같거든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멍청한 건지 그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뒷머리를 무의미하게 흐트러트리며 인상을 찡그리자 잘게 웃음을 터트린 그가 엉망이 된 내 머리에 손을 갖다 댔다.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빗어 내리며 세심하게 정리해 주는 행동이 낯간지러워 슬쩍 피하려는데 그가 입을 열었다. “이겸 씨가 가이딩을 못 하는 게 이미 몸에 익은 방식이 있어서라면 해결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요.” “…뭔데?” “반복을 통해 새로운 길을 틔워 줘야죠. 전에 했던 걸 잊고 새 방식을 익힐 수 있을 만큼 여러 번.” 조곤조곤 설명하는 목소리가 듣기 좋아 가만히 듣다 보니 어느새 머리가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의 손이 떨어져도 뭔가 계속 남아 있는 느낌이 이상해 손으로 머리를 몇 번 매만지며 물었다. “반복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아까 말한 단계는 뭔데? 역가이딩? 그것도 단계가 있던가?” 어린애처럼 보살핌받는 기분에 괜히 툴툴거리던 나는 가이딩에서 통용되는 단계의 의미가 떠올라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설마, 아니지? 사색이 된 얼굴로 고개를 들어 올리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차도언과 눈이 마주쳤다.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내가 짐작한 것이 맞았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파드득 그에게 잡힌 팔을 털어 내며 아예 침대 위로 몸을 물렸다. “왜, 왜? 단계를 올려?” 푹신한 매트 때문에 손목을 잠시 삐끗하기는 했어도 성공적으로 차도언과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그래 봤자 녀석이 맘만 먹으면 언제라도 닿을 만한 가까운 거리였지만 취한 몸으로 이 정도면 선방한 거였다. 차도언은 내 격한 반응에 놀랐는지 도망치는 나를 향해 토끼 눈을 뜬 채 굳어 있었다. 본인이 지금 무슨 말을 했는지에 대한 자각이 없는 건가? 왜 본인이 놀라는 건지 모르겠다. 차도언이 말하는 게 가이딩 안에서의 단계라면 저렇게 순진한 얼굴로 나를 바라봐서는 안 됐다. “…역시 불편할까요?” #수한정댕댕이공 #수에게만내숭떨공 #수눈에만연약하공 #에스퍼에서가이드되었수 #가이딩어렵수 #과거를묻고새삶살고싶수 #남남사이에친구가어딨어

thumnail

좀비도 덕질합니다

눈을 뜨니 도시가 좀비에게 점령당해 있었다. 심지어 나는 좀비인 채로 깨어났다. 언제 물렸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아니, 오히려 좋은 건가?”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좀비에게 절대 공격받지 않는다니. 그렇게 나는 세상을 이지 모드로 살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심각한 문제가 생겼으니. “외로워…….” 혹시라도 좀비라는 걸 들켜 죽을까 봐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뒤에서 그들을 몰래 도우며 외로움을 달랠 뿐. 매일같이 생존자를 찾으며 혼자 공허하게 시간을 보내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너희들은 먼저 가. 여긴 내가 막고 있을 테니까.” 본인이 위험하리란 걸 알고 있음에도 망설임 한 점 없는 목소리. 형형할 정도로 선명한 눈동자. 쿵. 존재를 잊고 있던 심장이 바닥까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이후, 내 모든 삶은 태석재라는 사람 하나로 가득 채워졌다. *** 한 인간을 덕질하는 좀비와 그 좀비를 곁에 두려는 인간의 이야기. #좀비아포칼립스 #로코 #약착각계 #계략집착공 #내숭공 #강공 #미남공 #좀비→인간수 #다정순진수 #헌신수 #미인수 #얼빠수

thumnail

핫가이에게서 멀어지기

#하이틴남주공 #의문의노빠꾸직진공 #선샤인한데왠지쎄하공 #수가제일귀엽공 #얼굴잘써먹공 #악역조연수 #입에행주물었수 #몸이마음대로안움직이수 #머리속이시끄럽수 #김칫국마셨수 ‘다니엘이 날 왜 좋아하는 거지? 역시 착각인가?’ 읽고 있던 하이틴 로맨스 소설 ‘미라클’의 악역 조연 ‘라엘’이 된 주인공. 나쁜 놈이라도 사지멀쩡하게 살려놓는 평화로운 소설에 감사하며 운명에 순응하려 한다. 거기서 살짝 방향을 틀어 생각보단 착한 악역으로, 그러나 그럴 때마다 몸이 제멋대로 움직여 허사로 돌아간다. 그 와중에 악역과 대치해야 할 남주 다니엘이 이상할 정도로 라엘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데…. 살짝만 틀어보려 했던 원작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이 하이틴 로맨스, 과연 괜찮을까? [미리보기] “저기…!” 귓가를 간지르는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음에도 그것이 나를 부르는 소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도 저 짧은 음절에서 느껴지는 감미로움이 다니엘의 목소리라는 것은 알려 주었다. 다시금 다니엘을 바라보고 싶은 욕망이 터져 나오려 했다. 겨우 이성을 잡아가며 펜 찾기에 정신을 집중하는데 다니엘이 뒤에서 잘게 웃음을 터트렸다. “라엘, 나 좀 봐봐…!” 그가 이름까지 부른 뒤에야 나에게 말을 걸었다는 걸 알고 아? 하고 조금은 멍청한 소리를 내며 다니엘을 바라본 것 같다. 수업 시간 내내 참아왔던 고개를 돌리자 반짝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다니엘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내 것으로 보이는 펜을 손에 들어 보이며 입을 벙긋거렸다. ‘이거 네 거지?’ 어… 응… 으응? 지금 다니엘이 나보고 웃고 있는 게 맞나? 둘 사이 나쁜 거 아니었어? 그것보다 지금 펜 주워 준 건가?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앞으로 저 펜은 가보다, 가보. 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느라 다니엘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내가 그의 입모양을 읽지 못한다고 생각한 건지 한쪽 눈썹을 까딱이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데 아주 그냥 잔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미쳤다. 완전 섹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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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한 가이드는 소꿉친구를 거부합니다

[“내가 죽었다고? 그럼 나는 뭔데…?”] S급 에스퍼 차도언과 20년 지기 소꿉친구인 B급 에스퍼 서유한은 친구인 그를 아끼면서도 늘 비교를 당해서 내심 열등감을 갖고 있었다. 속앓이를 하던 유한은 도언과 싸우게 되고 감정이 격해지자 결국 절교 선언을 한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일까, 게이트 사고에 휘말려 죽음을 맞이한 뒤 눈을 뜨니 가이드로 각성한 한이겸이 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암울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가이드로 살아가려고 하지만, 번번이 가이딩에 실패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가장 피해야 할 인물인 차도언과만 가이딩이 가능한 난감한 상황에 놓이는데…? 유한은 과연 정체를 들키지 않고 한유겸으로 무사히 새 삶을 살 수 있을까? [미리 보기] “저랑 친해지고 싶었어요?” “그으럼!” 가이딩만 할 수 있게 되면 멀어질 생각이었으면서 뻔뻔한 얼굴로 긍정했다. 나 생각보다 거짓말 잘하네. 양심이 아파 조금 눈을 굴리기는 했지만 잠시였으니 아주 자연스러웠을 거라 확신한다. 왜냐하면 내 답을 들은 그의 입술이 예쁘게 호선을 그렸기 때문이다. 그 광경을 감상하다 보니 얼굴에 뜨끈하게 열이 올라 “어라?” 하며 손으로 뺨을 감쌌다. 이쯤 되니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설마, 이 몸은 서유한과 다르게 술에 약한가? 조금 전까지는 신경을 바짝 세우고 있어 억눌렸던 술기운이 뒤늦게 돌기 시작한 건지 점점 정신이 둔해지려 했다. 급하게 마셨다곤 해도 고작 맥주 두 캔에 이런 꼴이라니 해독 능력이 얼마나 쓰레기인 거냐. 속으로 나지막이 한탄하며 이제는 비어 버린 맥주 캔을 완전히 찌그러트리려는데 갑자기 손목이 훅 당겨졌다. “다행이에요.” “어? 뭐? 뭐가?” 반사 신경도 떨어진 건지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저항 없이 딸려 가니 어느새 차도언 바로 옆에 앉게 되었다. 조금 전까지 의자에 앉아 있던 애가 언제 침대 위로 올라왔지? 어리둥절했지만 그가 하는 말에 고개가 먼저 옆으로 기울어졌다. 주변이 중력이 없는 것같이 느릿하게 움직여 눈을 여러 번 깜빡였다. “저희 지금보다 조금 더 단계를 올려야 할 것 같거든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멍청한 건지 그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뒷머리를 무의미하게 흐트러트리며 인상을 찡그리자 잘게 웃음을 터트린 그가 엉망이 된 내 머리에 손을 갖다 댔다.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빗어 내리며 세심하게 정리해 주는 행동이 낯간지러워 슬쩍 피하려는데 그가 입을 열었다. “이겸 씨가 가이딩을 못 하는 게 이미 몸에 익은 방식이 있어서라면 해결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요.” “…뭔데?” “반복을 통해 새로운 길을 틔워 줘야죠. 전에 했던 걸 잊고 새 방식을 익힐 수 있을 만큼 여러 번.” 조곤조곤 설명하는 목소리가 듣기 좋아 가만히 듣다 보니 어느새 머리가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의 손이 떨어져도 뭔가 계속 남아 있는 느낌이 이상해 손으로 머리를 몇 번 매만지며 물었다. “반복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아까 말한 단계는 뭔데? 역가이딩? 그것도 단계가 있던가?” 어린애처럼 보살핌받는 기분에 괜히 툴툴거리던 나는 가이딩에서 통용되는 단계의 의미가 떠올라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설마, 아니지? 사색이 된 얼굴로 고개를 들어 올리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차도언과 눈이 마주쳤다.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내가 짐작한 것이 맞았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파드득 그에게 잡힌 팔을 털어 내며 아예 침대 위로 몸을 물렸다. “왜, 왜? 단계를 올려?” 푹신한 매트 때문에 손목을 잠시 삐끗하기는 했어도 성공적으로 차도언과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그래 봤자 녀석이 맘만 먹으면 언제라도 닿을 만한 가까운 거리였지만 취한 몸으로 이 정도면 선방한 거였다. 차도언은 내 격한 반응에 놀랐는지 도망치는 나를 향해 토끼 눈을 뜬 채 굳어 있었다. 본인이 지금 무슨 말을 했는지에 대한 자각이 없는 건가? 왜 본인이 놀라는 건지 모르겠다. 차도언이 말하는 게 가이딩 안에서의 단계라면 저렇게 순진한 얼굴로 나를 바라봐서는 안 됐다. “…역시 불편할까요?” #수한정댕댕이공 #수에게만내숭떨공 #수눈에만연약하공 #에스퍼에서가이드되었수 #가이딩어렵수 #과거를묻고새삶살고싶수 #남남사이에친구가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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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가이에게서 멀어지기

#하이틴남주공 #의문의노빠꾸직진공 #선샤인한데왠지쎄하공 #수가제일귀엽공 #얼굴잘써먹공 #악역조연수 #입에행주물었수 #몸이마음대로안움직이수 #머리속이시끄럽수 #김칫국마셨수 ‘다니엘이 날 왜 좋아하는 거지? 역시 착각인가?’ 읽고 있던 하이틴 로맨스 소설 ‘미라클’의 악역 조연 ‘라엘’이 된 주인공. 나쁜 놈이라도 사지멀쩡하게 살려놓는 평화로운 소설에 감사하며 운명에 순응하려 한다. 거기서 살짝 방향을 틀어 생각보단 착한 악역으로, 그러나 그럴 때마다 몸이 제멋대로 움직여 허사로 돌아간다. 그 와중에 악역과 대치해야 할 남주 다니엘이 이상할 정도로 라엘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데…. 살짝만 틀어보려 했던 원작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이 하이틴 로맨스, 과연 괜찮을까? [미리보기] “저기…!” 귓가를 간지르는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음에도 그것이 나를 부르는 소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도 저 짧은 음절에서 느껴지는 감미로움이 다니엘의 목소리라는 것은 알려 주었다. 다시금 다니엘을 바라보고 싶은 욕망이 터져 나오려 했다. 겨우 이성을 잡아가며 펜 찾기에 정신을 집중하는데 다니엘이 뒤에서 잘게 웃음을 터트렸다. “라엘, 나 좀 봐봐…!” 그가 이름까지 부른 뒤에야 나에게 말을 걸었다는 걸 알고 아? 하고 조금은 멍청한 소리를 내며 다니엘을 바라본 것 같다. 수업 시간 내내 참아왔던 고개를 돌리자 반짝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다니엘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내 것으로 보이는 펜을 손에 들어 보이며 입을 벙긋거렸다. ‘이거 네 거지?’ 어… 응… 으응? 지금 다니엘이 나보고 웃고 있는 게 맞나? 둘 사이 나쁜 거 아니었어? 그것보다 지금 펜 주워 준 건가?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앞으로 저 펜은 가보다, 가보. 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느라 다니엘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내가 그의 입모양을 읽지 못한다고 생각한 건지 한쪽 눈썹을 까딱이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데 아주 그냥 잔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미쳤다. 완전 섹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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